기업 세부담 줄여 경기 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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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인 한나라당이 정부가 세제 개편을 통해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밝힌 규모의 두배가 넘는 5조6천억원 규모의 감세(減稅)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정부가 손대지 않기로 한 법인세율을 10% 낮춰 기업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경기 활성화를 꾀하자는 의지를 담았다. 정부와 여당은 세수(稅收)감소 규모가 너무 크다며 법인세율은 조정하지 않기로 했었다.

한나라당은 여소야대 정국을 활용해 이런 내용의 감세안을 반영할 방침이다.

한나라당 임태희 제2정조위원장은 "정기국회에서 우리 당 세제 개편안을 정부 예산안과 연계해 처리할 계획" 이라며 "올해는 세입 부분을 꼼꼼히 따져 적게 계상한 부분은 복원하고, 법인세 감면 부분은 불요불급한 정부 지출을 줄이도록 하겠다" 고 강조했다.

정부도 경기 회복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내년에 재정 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덜 거두는 것을 검토 중인 만큼 야당의 감세안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 한나라당의 감세 방안=소득세율을 10% 낮추자는 것은 정부안과 같다. 이자.소득세율을 15%에서 13%로 인하하자는 점이 다르다.

한나라당은 이자소득세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이자소득 생활자의 어려움을 덜어주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재경부는 이자소득세율 조정 문제에 대해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기반을 넓히는 것과 함께 검토할 문제" 라며 이번 세제 개편에선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조세 제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세율을 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일본.독일.캐나다 등이 법인세를 앞다퉈 내리는 판에 한국만 고집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가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리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인세율을 10% 낮출 경우 1조8천8백억원 정도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이 정도로는 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인세율을 건드리지 않아도 납세 대상 법인이 해마다 10%씩 늘어나며, 법인세율 인하로 '기업 투자 의욕 제고→경기 활성화→세수 증대' 의 선(善)순환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세금 부과의 기준(과표)은 그대로 두는 방안을 냈다. 과표 조정은 소득세 체계를 전면적으로 손대기 전에는 곤란하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 효과는 얼마=한나라당의 제안대로 세법이 고쳐지면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기업들은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비해 총 3조원이 넘는 세금을 덜 내게 된다. 이 돈이 국고로 들어오는 과정 없이 시중에서 소비와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지난해 5백조원)의 1%에 해당하는 돈이 풀리면 연간 경제성장률이 0.7~0.8%포인트 높아지는 효과를 낸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이 될 수 있는데, 정부로선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경기 진작을 위해 쓸 곳이 많은데 세수가 줄어드는 법인세율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송상훈.이상렬 기자 mod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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