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적 사고방식 표현한 흑묘백묘론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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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다(黑猫白猫 能到老鼠 就是好猫). " 지난 8월 28일 장시성 난창에서 만난 중국 친구들은 덩샤오핑의 대표적인 이론을 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鄧의 실용적인 사고방식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한 이 흑묘백묘론(일명 고양이론)은 원래 중국 쓰촨(四川)지방의 속담인 흑묘황묘(黑猫黃猫)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데올로기나 선입관에 구속받지 않고 오직 경제발전의 결과를 놓고 어떤 정책과 제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자는 鄧의 경제이론은 여기서 착안한 것이다. 농가 책임생산제의 성과를 바탕으로 마오쩌둥의 집단적 인민공사를 비판하는 식이다.

이에 비해 "鄧은 죽어도 회개할 줄 모르는 주자파(走資派)의 대표인물" 이라고 비판한 毛의 이론은 특정 이데올로기를 절대시하는 잡초론(雜草論)이다. 자본주의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다 자란 벼를 뽑아버리는 식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잡초를 심을지언정 자본주의의 싹을 키워서는 안된다(寧要社會主義的草 不要資本主義的苗)' 고 주장한 잡초론이 득세한 문혁 10년은 오히려 중국에 재난을 초래하고 말았다.

1978년 이후 鄧의 '고양이론' 이 '잡초론' 을 대체한 지 20여년 만에 경제특구를 비롯한 중국 도처에는 '자본주의의 숲' 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개혁.개방 덕분에 굶주림을 해결하고 부자 되는 꿈을 키우면서 '실천이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표준' 이라는 명제를 거듭 확인한 중국 인민들에게 毛.鄧의 공과(功過)비교는 더 이상 관심거리가 아닌 듯했다.

난창.선전=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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