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꼭지 자르지 말고 출하합시다"

중앙일보

입력

일본에 수출된 우리 사과가 일본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에 뒤져서(?)가 아니다. 이유는 우리 사과에 꼭지가 없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이 사과 수확기를 맞이한 과수 농가를 대상으로 사과 꼭지를 자르지 않고 출하하도록 홍보에 나섰다.

사과를 생산하는 나라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사과를 수확한 다음 출하 직전 사과 꼭지를 자른다고 농진청은 밝혔다.

옛날부터 관습적으로 내려온 우리나라의 사과 꼭지 자르기는 굳이 이유를 찾자면 잡기 편하고 보기 좋다는 것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49만t의 사과 꼭지를 모두 자르는데 소요된 비용은 약 122억원 정도로 사과 1개의 꼭지를 자르는데 7.5원의 쓸모없는 비용이 들었다.

국산 과수의 유력 수출처인 일본 소비자들은 그동안 꼭지가 달려 있는 자국산 사과만을 봐왔기 때문에 꼭지가 없는 사과는 불량품으로 인식하고 있다.

농진청은 사과 꼭지 자르기는 특별한 장점은 없고 오히려 많은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농가에 홍보하고 있다.

일단 수출길이 막히고 꼭지를 자르다 상처를 내 또 다른 불량 과실을 만들고 꼭지를 자른 부위로 양분이나 수분이 소모돼 품질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꼭지를 자르지 않을 경우 층층이 사과를 쌓을 수 없기 때문에 일부 포장비용이 더 소요되는 점도 있다.

그러나 완충제 등 사과 포장 비용의 추가에도 불구하고 사과 꼭지를 자르지 않을 경우 연간 70억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농진청은 전망하고 있다.

농진청 기술지원국 정혜웅 지도관은 "사과 꼭지를 자르는 노력을 크기, 색깔별 선별 노력으로 전환시켜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며 "소비자들도 앞으로는 꼭지가 달려 있는 사과가 더 품질이 좋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수원=연합뉴스) 신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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