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와 식모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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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가정교사와 식모-이것은 서울의 명물이자 특산품(?)이다. 그 수에 있어서 압도적일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결코 손색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두 직종은 한국, 특히 서울에서 대유행이다. 그러나 이들의 비애란 이루 말할 수 없다.
S공대대학원을 나오고 4년째 입주교사노릇을 하는 이씨의 소망은 한집에 오래 근속하고싶은 것이라 했다. 주인은 별 까닭 없이 2, 3개월이면 이씨를 해고시켰다 한다. 어느 주인은 삼재가 들어 이씨의 띠(년진)를 탓했으며, 다른 주인은 교인이었는데 이씨와 교파·종파가 맞지 않는 것이 해고의 이유였다. 또 M고교생은 그의 선생을 스스로 해고하는 인사권을 남발하는 습성을 가졌었다한다.
식모들의 수난도 끔찍하다. 주인아주머니의 물품을 훔쳤다고 사형해 죽인 일, 5, 6년이나 열심히 일했건만 한푼도 못 받고 그 집에서 내쫓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가정교사와 식모직은 어엿한 「서비스 적」직업임에 틀림없다. 현행 교육제도를 일대개혁하고, 우리들 의·식·주 생활양식을 고도로 근대화하여, 가정교사와 식모의 필요가 격감되는 그 날까지, 가정교사와 식모에 대한 비인도적인 처우가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니 한심하기만 하다. 이 직업에 대한 동정과 이해가 새삼 아쉽다. <서울 태평로 1가·강창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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