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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세계의 일년지대계 존슨 연두교서의 의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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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킨 가운데 13일 상오 11시(우리 나라 시간)에 발표된 「존슨」 미국 대통령의 의욕적인 연두교서는 한마디로 말해 대포와「버터」의「평화공존」을 모색하는 굳은 결의를 집약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원의사당에서 열린 양원합동회의에서 2억 미국시민들에게 발표된 연두교서는 수십 억의 「달러」를 쏟아 넣으면서까지 자유의 대의를 위해 수호하고 있는 월남을 공산주의의 밥으로 만드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서릿발같은 임전태세를 보인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연석교서는, 첫째 부문에서 국내문제를 다루고 둘째 부문에서는 국제문제와 월남전쟁 문제에 논급하였으나 당초의 예상을 뒤집고 월남전의 뚜렷한 해결방안 같은 것에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다소 김빠진 감을 감출 수 없다. 월남문제는 우리의 핵심적인 관심사라고 누차 강조하고 있는 것은 「크리스머스」휴전이내의 미국의 월맹 폭격중지와 끈기 있는 화평교섭에 대한 공산 측의 반응을 좀더 두고보자는 속셈을 드러낸 것인지 모른다. 「존슨」대통령의 생애에서 잊지 못할 연설문으로 남을 이번 연두교서는 최근의 화평노력이 대공 최후통첩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월남전에서 적에 굴복하는 따위의 어리석은 짓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저지르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짐함으로써 약소 자유우방들의 사기를 고무시키려는데 그 의도가 있는 것 같다.
6년째나 전대미문의 번영을 구가하고있는 미국경제는 「존슨」정부가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있는 빈곤전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 회계연도의 예산이 1천1백28억불의 규모로 뻗을 것이라는 것을 밝혔다.
그러나 예산적자는 지난 5, 6년 내 가장 적은 18억불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군사비의 팽창으로 인하여 불과 20일전에 단행했던 자동거세 등 일부에 대한 감세를 부득이 중지한다는 고충이 엿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우려하던 일반적인 증세에 아무런 시사가 없어 감세 대통령으로 주가가 올라간 「존슨」대통령은 그 명성을 유지할 수 있게되었다.
그러나 월남전의 확전으로 사정이 달라지면 의회에 세입과 세출을 증가시키도록 요청하는데 앞장서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앞으로 세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인상을 남겼다고 볼 수 있다.
하원의원의 임기를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토록 제의하는 등 국내문제에 치중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연두교서는 두 개의 전쟁, 즉 월남전쟁과 빈곤전쟁을 동시에 수행하려하고 있으나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한 마리도 잡지 못할 우를 범할지도 모를 두려움도 없지 않다.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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