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제주해군기지 승인 적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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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고법 행정9부(부장 조인호)는 13일 제주 강정마을 회장 강동균씨 등 주민 438명이 “제주해군기지 설립계획을 취소해 달라”며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주민들은 상고 의사를 밝혔지만, 앞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취지에 따라 내려진 판단이어서 다시 파기될 가능성은 작은 상태다.

 재판부는 “쟁점이 된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실시계획 승인 이전이 아니라 기본설계 승인 전에 제출하도록 돼 있어, 기본설계 승인 전에 평가서가 제출된 이상 위법으로 볼 수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주민 의견수렴 절차, 제주도지사 협의 절차, 사전 환경 검토 절차, 절대보전지역 해제에 대한 위법이나 재량권 남용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2009년 1월 함정 20여 척을 동시에 댈 수 있는 해군기지를 서귀포 강정마을 인근에 건설하는 국방·군사시설 사업실시계획을 승인했다. 강씨 등은 “환경영향평가 도중 승인된 사업실시계획은 무효” 라며 2009년 4월 소송을 냈다.

 이에 따라 제주 해군기지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국방부의 승소로 끝나 기지 건설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군 관계자는 “민군 복합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은 2007년 강정 마을 주민과 주민 자치회의뿐 아니라 제주도와 제주도 의회 등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 만큼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이번 판결로 공사에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남방 항로 보호와 기동전단 배치를 목적으로 공사비 9776억원을 들여 2015년까지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 마을 일대에 해군기지를 건설키로 했다. 하지만 환경오염과 미군 주둔 가능성 등을 이유로 한 반대 단체들의 집회와 소송으로 공사가 늦어지다 지난 3월 7일 부지 조성을 위한 발파작업이 시작됐다. 13일 현재 공정률은 28%이며, 부두 건설에 사용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인 케이슨 제작이 진행되고 있다.
해군은 연말까지 공정률 30%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공사에 반대하며 기지 건설에 반영된 내년 예산안 2009억원(정부안)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가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킴에 따라 예산안은 예결위와 계수 조정소위, 본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집권할 경우 해군기지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정원엽·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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