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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북한 핵실험, 오늘·내일이라도 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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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발사된 장거리 로켓 은하-3호에 실려 있던 인공위성 광명성-3호가 성공적으로 예정 궤도에 진입했다고 보도하면서 전한 위성 궤도 그림(위). 은하-3호의 발사가 성공하자 평양 위성관제지휘소에 모여 있던 북한 과학자들이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아래).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12일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언제든지 3차 핵실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정문헌 의원은 13일 “정보위 전체회의(12일)에서 국가정보원은 ‘핵실험 가능성이 있다.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며 “예상 시기에 대해서는 ‘오늘·내일이라도 한다면 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은 지난여름 태풍으로 훼손된 풍계리 실험장 시설을 복원해 (핵실험을 위한) 준비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정도의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정치적 결심만 있으면 수일 내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는 준비를 해놓은 상태로 분석된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당장은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북한의 3차 핵실험 준비는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로 평가한다”며 “정치적 판단만 한다면 단기간 준비해 실험을 하지 않겠느냐고 평가한다”고 했다.

 북한은 2006년 7월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2호를 발사하고 석 달 후, 2009년 4월 은하-2호를 쏘고 한 달 후 핵실험을 했다. 이를 근거로 우리 정보 당국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대비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감시 수준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핵실험 시기에 대한 예상이 엇갈린다. 위성사진 이미지로 북한 핵실험 동향을 분석해 온 미국의 대북 전문가 등 사이엔 내년 5~6월을 예상하는 시각이 있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의 닉 한센 객원연구원은 1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실험 여부는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가까운 미래(at any time in the near future)에 핵실험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7일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비포장도로가 수해 복구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차량이 빈번하게 이동한 흔적이 있다”고 공개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조 능력과 관련해선 “은하 로켓은 크기나 지원시스템 등을 감안할 때 낮은 수준의 ICBM 무기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조너선 폴락 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 임기를 시작하는 내년 1월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핵무기) 운반수단으로서 플루토늄보다는 고농축 우라늄(HEU)을 이용한 핵실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했다. 성신여대 김흥규(정치외교학) 교수도 “실험 시점은 오바마 2기가 출범한 이후,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1월 이후부터 2월 중순까지로 예상해볼 수 있다”고 했다.

반면에 한기범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은 “ 로켓으로 일단 몸값을 올려놨으니 핵실험을 같이 하기보다는 주변 상황을 먼저 볼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동안은 대외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고 7월 이후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 성공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사일 타격체계인 ‘킬 체인(Kill Chain)’ 구축 계획을 1~2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군은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북한의 미사일과 장사정포를 요격하는 시스템인 ‘킬 체인’을 2015년까지 구축할 계획이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킬 체인의 핵심 부분인 감시정찰 능력과 타격 능력을 우선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13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해 “3단 분리 후에 비행경로를 변경하는 유도조종 기술을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새누리당 정문헌, 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이 사후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원 원장은 또 “3단에 미사일 보조엔진이 적용됐으므로 실험발사 없이 2007년에 무수단리에 실전 배치된 미사일 실험도 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로켓에 탑재된 위성의 궤도진입 성공 여부에 대해선 “북한은 김일성 장군의 노래가 통신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우리와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 안 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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