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107-2로 이기고 욕먹은 농구팀, 정의란 무엇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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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07대 2.

 미국 여자고교 농구 경기에서 나온 믿기지 않는 스코어다. 하지만 점수보다 현지 반응이 더 의외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정의란 무엇인가’ 강의에 인용할 만한 사례다. 블루밍턴 사우스고는 12일(한국시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알링턴고와의 경기에서 107-2로 이겼다. 그러나 사우스고는 최선을 다하고도 욕 먹는 처지가 됐다. 지난 시즌부터 23연패를 기록 중인 알링턴고를 상대로 너무 크게 이겼다는 이유에서다. 올 시즌 평균 득점이 17점인 알링턴고는 이날 2쿼터와 3쿼터에 자유투 하나씩만 넣었다. 알링턴고는 공립에서 사립으로 바뀌면서 학생들이 대거 빠져나가 전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은 “사우스고 코치진과 선수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USA투데이는 “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우스고가 잔인무도한 일(outrage)을 저질렀다’며 격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역 고교체육협의회 대변인도 “이런 결과는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2009년에도 코베넌트 스쿨이 댈러스 아카데미를 100-0으로 꺾은 뒤 학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코치를 해임한 적이 있다. 댈러스 아카데미는 주의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의 교육 차원에서 농구팀을 운영하고 있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스포츠맨십을 따른 사우스고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사우스고의 래리 윈터스 코치는 “우리 선수들에게 슛을 그만 던지라고 하면 오히려 상대가 더 황당해할 것 같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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