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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250m내 출점 금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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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광주에 사는 이모(39)씨는 지난해 4월 5년간 운영한 편의점 문을 닫았다. 그는 주변에 편의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적자에 시달려왔다. 100~200m마다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처음엔 2곳이던 이 지역 같은 브랜드 편의점이 8곳으로 늘었다. 그래도 5년을 끌어온 건 위약금 때문이었다. 그는 “중간에 못하겠다고 했더니 위약금 5000만원을 내라더라”며 “억지로 계약기간을 채웠다”고 말했다. 가맹점을 빠르게 늘려가던 편의점 업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기존 가맹점 250m 안엔 새로 출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모범거래기준을 13일 발표했다. 적용대상은 가맹점 수 1000개 이상인 5대 편의점 브랜드(CU, GS25, 세븐일레븐, 바이더웨이, 미니스톱)다.

 편의점 시장은 가맹점 수가 빠르게 늘면서 가맹점당 매출이 꾸준히 떨어졌다. 가맹점 네 곳 중 한 곳은 하루 매출 100만원 이하로 부진에 시달렸다. 이에 공정위는 가맹점주 설문조사를 거쳐 도보거리 250m(반경 약 200m)로 신규출점 거리를 제한했다. 그동안 GS25가 150m(도보거리), 다른 편의점은 50m를 내부 기준으로 뒀던 것과 비교하면 한층 강화됐다. 다만 제빵·커피전문점(500m)이나 치킨(800m), 피자(1500m) 업종보다는 느슨한 기준이다.

서울의 경우 CU 가맹점 중 44.6%, GS25 가맹점은 51.4%가 250m 안에 있다. 아울러 가맹계약을 중도해지할 때 위약금을 계약금액의 10%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8~12개월치 로열티(계약금액의 17~20%)를 위약금으로 부과해 지나치다는 불만이 있었다. 이동원 공정위 가맹거래과장은 “위약금 인하로 브랜드 간 가맹점 유치경쟁이 활발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편의점 업계는 공정위의 모범거래기준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익명을 원한 한 업체 관계자는 “신규출점 거리를 250m로 제한한 것은 업계 현실을 모르는 너무 엄격한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브랜드별 차별화가 크지 않은 업종이다 보니 같은 브랜드만 거리 제한하는 건 별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베이비부머나 자영업자의 소자본 창업만 가로막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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