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일루에 「세이프」|타슈켄트 합의의 의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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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코시긴」 소련 수상이 주선한 「타슈켄트」의 인·「파」 정상 회담은 엎치락 뒤치락을 몇번이나 되풀이한 끝에 9개 항목의 극적 합의에 도달함으로써 일단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 내용 속에는 18년간 양국 분쟁의 초점이 되어 온 「캐슈미르」 귀속 문제에는 구체적 언급이 없어 한낱 「애드벌룬」에 지나지 않을 여지도 남겨 놓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샤스트리」 인도 수상 뜻하지 않은 급서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인·「파」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 그의 죽음의 직접적 원인이 심장마비로 되어 있으나 원체 약골인데다가 수상직 18개월 동안 줄곧 국내적으로는 심각한 식조난, 국제적으로는 「캐슈미르」 분규에 얽힌 대중공 문제로 골머리를 썩혀 왔던 것이다. 그리하여 간신히 도달한 극적 합의(별 내용 없는)가 그에게 지나친 충격을 가져다주었으리라는 얘기다.
9개항에 달하는 「타슈겐트」 선언문은 양국의 평화적인 관계 회복, 양국 군대의 원위치로의 철수, 외교 관계의 기능 회복, 전쟁 포로의 석방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선언문은 「캐슈미르」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인도의 입장과 「캐슈미르」 분쟁의 정치적 해결만이 인·「파」 두 나라의 분쟁을 가라앉힐 수 있는 것이라는 「파키스탄」의 주장을 어느 정도는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영원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지만 그래도 불씨를 꺼뜨리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제2항-『무력에 의존하지 않고 분규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유엔」 의장에 따르는 의무를 재확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항목에의 합의가 행동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인·「파」 양국이 같이 어느 정도의 출혈을 감안하고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야 하는데, 실상 「캐슈미르」의 역사를 살펴보면 양국의 양보는 구두선에 불과한 것이라는 인상을 짙게 한다. 어쨌든 「샤스트리」 인도 수상 죽음과 함께 끝난 「타슈겐트」 회담에 한가지 커다란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면, 47년 영령 인도가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할된 이래 양국이 최초로 막연하나마 합의점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외의 의의로는 비공개권에 있어서 「코시긴」 소련 수상이 「조그마한」 개인적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이고 한편 불씨 키우기를 즐기는 중공으로서는 얼마간 코가 납작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은 미국대로 월남의 평화 공세가 별다른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데 대해 소련이 간단히 외교 승리를 얻음으로써 멈칫해졌음이 틀림없다. 마지막 남은 문제로는 「샤스트리」 수상의 「핀치·히터」 신임 「난다」 수상 서리가 어떤 방법으로 뒷수습을 해 가느냐가 주목거리다.
서거한 「샤스트리」 수상은 1「미터」52의 신장, 47「킬로」 밖에 안되는 연약한 체구의 참새라는 별명. 그의 죽음은 관계국 이외에도 세계적으로 커다란 충격을 가져다주었으며 그가 마지막 이룩해 놓은 「성스러운 역할」이 아무 소용없이 「캐슈미르」에 다시 불꽃이 퉁기게 된다면 그는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을 것이다.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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