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 외무성의 급 정차-목촌 대사 임명의 뒷 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일본정부가 초대 주한대사로 기용, 한국정부에 「아그레망」을 요청한 「기무라·시로시찌」주중대사는 일본외교계의 장로급 인물이다. 일본외교계에서는 주미·주영·주소·주 「유엔」·주중 대사를 이른바 「5대사」로 일컬어 주중 대사로는 거물급 외교관을 보내는 것이 관례이다.
일본외무성은 초대 주한대사로 일찍부터 「이세끼」 주화란 대사를 내정, 「아그레망」요청에 앞서 비공식적으로 한국 측 반응을 타진해왔었는데 일단 내정되었던 인물을 철회한 것은 일본외무성의 일상 과례상 극히 이례적인 일로 지적되고있다.
「사또」 수상으로부터 초대주한대사 인선을 일임 받았던 「시이나」외상은 일본외무성 굴지의 한국 통인 「이세끼」씨를 기용키로 작정했고 당내조정은「시이나」외상의「보스」격인 「가와시마」당부총재가 떠맡게 되어서 이관 주한대사로 굳혔었다.
일본외무성이 초대 주한대사를 선정하는데 있어 기준을 삼은 것은 ⓛ앞으로의 한·일 관계는 경제협력이 주축이 되므로 사무적이며 기술적인 외교수완이 능한 인물이라야 한다 ②따라서 정계인사는 적당치 못하다 ③재계인사는 「경제침략」의 인상을 줄 염려가 있으므로 역시 적당치 못하다 ④결국 직업외교관 중에서 기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와 같은 선정기준에 비추어 「이세끼」- 주한대사가 일찍부터 「클로스·업」되었었고 외무성 내에서도 「이세끼」대사를「당연한 기용」으로 받아들였었다.
「이세끼」내정이란 말이 새어나오고 잇따라 그의 부친이 일본의 한국통치시대에 대전시장을 지냈다는 것을 이유로 한국측에서 난색을 보이자 자민당내의 친 한파거두로 지목되고있는 안전수상이 「이세끼」주한대사에 반기를 들고나섰다.
「이세끼」기용이 무너지고선 그의 부친이 식민통치에 관여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오히려 표면상의 이유며 정치적 알력이 미묘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실정에 가까운 것 같다.
①「이세끼」씨와는 그가 아세아국장으로 한·일 회담대표를 지냈을 때부터 가까이 지냈다는 김종필씨가 「이세끼」주한대사를 내락했다는 설 ②이것이 한국정계의 반 김씨 계열의 반발을 샀다는 설 ③지난해 말 방일했던 당시의 국회재경위원장 김성곤씨가 「이세끼」씨 반대를 안 전 수상에게 표명했다는 설 ④한·일 회담을 측면에서 촉진시켰던 안씨는 교섭태도가 강경한「이세끼」씨를 갈아치우라고 압력을 주었다는 설 ⑤교포북송 당시 관계국장이었다는 것 등이 그 주변을 설명해주고 있다.
「잡음」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당분간 「냉각기」를 두어서라도 「이세끼」대사를 고집하겠다던 추명 외상은 『끝내 「사또」수상이 생각을 달리하면 할 수 없다』고 했던 것으로 미루어 이관씨 기용이 철회되고 「기무라」씨가 새로 발탁되고선 안씨가 친동생인 좌등수상을 설득시킨 결과로 여겨지고 있다.
「기무라」주중대사의 기용은 한·일·중3국 협력의 선으로 일본의 「아시아」외교의 입장을 뚜렷이 해야한다는 안씨의 외교적 구상에도 일치된다고 지적되고 있다. 【동경=강범석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