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혼선… 타대학서도 불거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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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수능성적을 반올림해 사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법원의 결정으로 합격자 발표가 한창인 올해 대학입시가 큰 혼선을 빚게 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서울대 예체능 계열처럼 반올림한 수능 원점수를 갖고 1단계 전형을 하거나 아예 합격생을 뽑은 대학은 서울대를 포함해 25개대나 된다.

따라서 성적을 반올림한 탓에 합격.불합격이 뒤바뀐 사례는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혼선은 이미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왜 문제 발생했나=교육인적자원부는 2002학년도 입시부터 전국 수험생들의 수능 성적을 소수점 이하는 반올림한 뒤 정수 형태로 대학에 제공해 왔다. 소수점 차이로 성적을 서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수험생들이 받는 성적표엔 소수점 첫째 자리(원점수)까지 표기돼 있다. 그러니 학생은 자기 점수를 구체적으로 아는 반면 대학은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한 정수 성적만 갖고 사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법원에 소송을 낸 李모양 측은 합격자들의 개인 성적표를 일일이 입수해 성적이 반올림되기 전엔 자신의 점수가 높았으나 반올림한 이후엔 오히려 낮아 불합격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파문 확산=서울대의 경우 다른 계열의 1단계 전형에서도 탈락자들 중 李양과 같은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 수능 원점수를 합산해 합격자를 뽑은 경희대.경북대.명지대.서남대 등에서도 이런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 경북대는 이미 1단계 전형에서 수능 성적만으로 1차 합격자를 뽑은 것은 물론 2단계로 논술.면접을 실시한 상태다.

경희대는 수원캠퍼스의 인문.자연.예체능 계열 (나군 모집) 전형에서 수능 원점수만으로 전형을 실시해 합격자 6백여명 선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대학에서 앞으로 문제가 드러나더라도 불합격자에 대한 구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군 모집'을 실시한 상당수 대학이 이미 합격자 발표까지 끝냈다. 입학 사정을 원점에서 다시 하기엔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李양의 사례를 거론하며 수험생.학부모들의 정보공개 청구 등 민원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향후 대책은=법원은 수능 성적을 반올림해 사정한 게 부당한 것인지에 대해 최종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이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날 때까지 李양의 불합격 처분 효력을 정지하도록 했을 뿐이다. 하지만 어떤 판결이 내려지든 수능 성적을 반올림하는 현행 제도에 대한 수술은 불가피해 보인다.

교육부는 당장 2004학년도부터 수능 2백20개 문항 중 소수점으로 배점된 1백 문항을 정수 배점으로 전환하는 한편 수능성적표와 대학 사정자료 점수를 모두 정수로 표시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에도 문항당 배점 편차가 커져 난이도 조절이 더욱 어려워지는 문제가 예상되고 있다. 장기원 교육부 대학지원국장은 "이번 입시에서 불거진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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