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차 부부의 재산 리모델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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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조철호 CFP와 최영호·박선미 부부(오른쪽부터).

‘자녀 교육 시작’이라는 생의 전환기를 맞는 가정은 재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강남 아파트 입주를 앞둔데다 자녀 취학 시기를 맞은 5년차 부부는 걱정 투성이다. 재무설계사로부터 이들 부부의 강남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향후 자산관리와 인생 설계 조언을 들어봤다.

글=김록환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혹시 가계부를 쓰시나요? 가계부를 쓰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네, 지출을 아끼기 위해서죠. 그렇다면 일단 가계부 작성을 중지해 보십시오.”

  12월 어느 늦은 저녁, 집을 방문한 재무설계사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37살 동갑내기 부부인 최영호·박선미씨는 당황했다. “가계부 작성을 지금도 항상 꼼꼼하게, 매일 하는 편인가요?” 잇따른 질문에 남편 최영호씨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진다. 사실 그는 결혼 후 몇 년 동안 가계부를 성실히 작성했지만 아이들이 커가며 이것 저것 지출이 많아지자 최근에는 거의 손을 놓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가계부보다 SNS(온라인 서비스의 유형) 등을 통해 체크카드 사용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지출 습관을 조절할 수 있다는 설계사의 말에 부부는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동갑내기 맞벌이 부부다. 그동안 근검절약을 실천하며 나름대로 알뜰하게 돈을 모아 강남의 109㎡ 새 아파트 입주를 한 달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설레임 뒤에는 고민도 있었다. 아파트 분양대금 중 2억원 가량이 모자라 대출을 받아야 할 상황인데다 첫 아이는 유치원에 가야할 나이다. 교육비 지출이 본격화되는 시기를 맞은 것이다. “아직 온전한 내 집 마련은 진행중인 셈이죠. 중산층 도약과 하우스푸어 전락의 기로에 서 있는 것 같아서 재무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최씨는 말했다.

  이들의 재무설계를 담당한 A+에셋 조철호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는 우선 그들의 니즈를 진단했다. 기업체 과장인 최씨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부인 박씨는 각각 4살과 2살의 딸을 키우고 있다. 남편의 연소득은 4000만원 중반대며, 부인은 둘째 아이가 아직 어린 탓에 잠깐씩 짬을 내서 일하고 있어 1000만원 안이다.

  당장 급한 것은 강남권 새 아파트 입주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이용 요령과 상환 계획이다. 첫 아이 유치원 진학에 따른 교육자금 마련 계획도 필요하다. 노후자금에 대한 니즈도 절실한 상황이다.

외식비·문화비는 체크카드 중심으로 사용해야

우선 부부의 지출 습관을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 CFP는 설명했다. 최씨 부부의 경우 특별히 사치하는 부분은 없었지만 소득 대비 소비지출 규모가 적지 않다. 식비·가사용품 및 보장성 보험료 지출이 다소 많은 편이다. 조 CFP는 “매월 발생하는 지출 중에서 식비·외식비·가사용품·용돈·문화비 등에 나름대로의 규칙을 세우고 이를 스스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 지출 중 외식비나 문화비의 통제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별도의 통장을 만들고 매월 초 월급의 일정액을 자동이체 한 뒤 체크카드 중심으로 사용하라는 것이다. SNS로 잔액통지서비스를 이용하면 월말까지 잔고가 바닥나지 않게 확인하며 쓸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가정의 월 지출 규모가 150만원이라면 10일 단위로 50만원을 자동이체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덕분에 계획보다 잔고가 적을 때는 지출을 줄이면 되고 많을 때는 부담 없이 가족 외식을 즐기면 된다.

  또한 주택대출자금의 상환기간은 30년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현재 소득에서 월 10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하고 향후 소득이 증가할 때 수시로 상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보장성보험료는 리모델링을 통해 체감 정기보험 등의 형태로 변경하면 보험료를 다소 낮출 수 있다.

  특히 교육과 노후에 있어서는 15년 뒤가 관건이다. 첫 아이 대학 진학이 예상되는데다 둘째 아이도 고등학생이므로 부담스러워지는 시기라는 설명이다. 걱정스러워 하는 부부에게 조 CFP는 4년치 대학 등록금 정도는 미리 모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연 6%의 기대 수익률로 매월 20만원을 저축한다면 필요자금의 90% 이상 확보가 가능하다. “자녀 1인당 20만원씩 적립식 펀드 형태로 준비하고, 노후자금은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지금부터 15년간 매월 40만원 가량 저축을 하면 노후자금 마련에 어느 정도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고 조 CFP는 조언했다.

도움말=A+에셋 조철호 C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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