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장 동결, 지사는 삭감 업무추진비 형평성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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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의회 업무추진비는 한 푼도 안 깎고 집행부 비용만 깎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의원들의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도 깎아야 한다.”

 최근 경남도청 공무원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잇따라 올라온 글이다. 경남도의회가 도지사와 부지사, 실·국장 등 집행부의 기관운영업무추진비를 20%씩 삭감하는 대신 의회 의장·부의장 등의 업무추진비는 깎지 않자 공무원 노조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12일 경남도에 따르면 의회는 경남도가 제출한 예산안 6조2077억원 가운데 108개 항목 934억5200만원을 삭감해 10일 의결했다. 삭감분은 예비비로 편성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 경남도 총 예산은 6조2077억원(일반회계 5조3165억원, 특별회계 8912억원)으로 확정됐다.

 의회는 지방세 감소와 도비 부담 증가로 자주재원이 부족하고, 도 부채가 9488억원이나 되는 상황 등을 고려해 전시·소모성 예산 편성 여부와 시기의 적정성 등을 따져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삭감된 예산 가운데는 시·군 재정보전금 502억원과 창원시 소방사무 이양에 따른 재정보전금 30억원 등 법정경비 532억원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법정경비를 이처럼 대규모로 삭감한 것은 처음이라는 것이 집행부의 반응이다. 시·군과 소방서 재정보전금은 공무원 인건비와 자체 사업비로 내년에 반드시 지급해야 할 예산이기 때문이다. 도는 재의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의회가 추경 때 반영해 주기로 함에 따라 그대로 수용키로 했다.

 의회는 또 기관운영업무추진비 가운데 도지사 1억6720만원 가운데 3440만원, 행정·정무 등 두 부지사 2억330만원 가운데 2332만원, 의회 사무처장 1100만원 가운데 220만원, 실·국장 1인당 660만원 가운데 130만원씩 등 일률적으로 20%씩 삭감했다. 의회는 직속기관인 농업기술원·보건환경연구원의 업무추진비도 10%씩 깎았다.

 하지만 의회 의장과 부의장 각 5040만원씩인 업무추진비와 8명의 상임위원장별 각 1560만원씩인 업무추진비는 한 푼도 깎지 않았다. 의회는 의원들의 월급 성격인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도 깎지 않고 올해 수준으로 동결했다. 대신 전국 시·도 의장단협의체 부담금 5138만원만 전액 삭감했다.

 공무원들은 “재정여건이 어렵다며 고통을 분담하자 해놓고 자신들의 업무추진비는 깎지 않고 의장단협의체 부담금만 깎은 것은 생색내기”라고 비난하고 있다.

 의회는 로봇랜드 사업비 100억원, 모자이크 사업비 전액인 200억원도 삭감했다. 경남미래교육재단 출연금, 마산자유무역지역 확대조성사업비, 경남FC 광고홍보사업비 10억원씩도 과다 편성됐다는 이유로 삭감했다.

 야당 도의원과 시민단체는 무상급식 확대가 반영되지 않은 데다 장애인 평생학교시설 운영비 등 복지예산이 삭감되자 12일 천막농성을 벌이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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