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기업 연초부터 감원 태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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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전자.통신.항공업종 등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새해 벽두부터 큰 폭의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경기 회복의 기미가 아직까지 뚜렷하게 감지되지 않는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탓이다.

감원계획을 발표한 회사들의 주가는 발표 당일 대부분 올라 일단 투자자들로부터는 환영을 받았다. 구조조정을 위한 가시적인 노력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미국 알코아는 최근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 8천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알코아는 지난해 4분기 2억2천3백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3대 항공사인 델타항공도 4천명을 추가로 감원할 계획이다. 델타항공은 이미 지난해 10월 7천~8천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는데, 아직까지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지 않은 4천명 정도를 5월 초까지 강제로 해고할 계획이다.

미국 최대의 장거리 전화회사인 AT&T도 올 상반기 중에 관리직을 중심으로 직원 3천5백명을 추가로 감원할 예정이다.

미국 통신장비 회사인 텔리움도 통신업종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체 직원의 41%에 달하는 1백3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이날 나스닥시장에서 텔리움 주가는 7%나 급등했다.

쌍방향 TV 소프트웨어 회사인 미국 리버레이트 테크놀로지스도 1백80명을 연초에 감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의 카메라.복사기 업체인 코니카와 미놀타도 합병으로 허공에 뜨는 4천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캐논이나 후지필름.리코 등 라이벌 회사들과의 피나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독일의 거대 전자업체인 지멘스도 9백70명을 줄일 계획이며, 미국의 전자장비업체인 타이코 인터내셔널의 스위스 소재 자회사인 타이코 일렉트로닉스는 주문 감소를 이유로 1백16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스페인 텔레콤의 지주회사인 아우나가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7백50명을 감원하기로 했으며, 베텔스만 그룹의 미국 음반회사 RCA뮤직도 직원 50명을 줄이기로 했다.

프랑스 텔레콤의 인터넷 자회사인 와너두도 1백48명을 감원할 계획이며, 유럽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 캐피탈은 전체 직원의 3.5%에 이르는 직원 2백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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