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설 돌던 ‘후의 남자’ 링지화 멀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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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지화

비리 등 혐의로 체포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던 링지화(令計劃)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장(통전부장)이 10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내 건재를 과시했다. 또 링 부장의 부인인 구리핑(谷麗萍) 중국청년창업국제계획(中國靑年創業國際計劃·YBC) 총간사가 연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링 부장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어서 그의 실각과 가족 조사 여부는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 체제 출범 후 당내 사정과 관련해 최대 관심사였다.

 중국관영 통신사인 중신왕(中新網)은 11일 링 부장이 10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11차 중화전국공상연합회(中華全國工商聯合會) 집행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해 이 단체의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축하하고 중국식 사회주의 건설에 기업인들이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이 연합회는 공업과 상업 분야의 기업인과 당·정부 간 교량 역할을 하는 정치협상 조직으로 통일전선공작부가 관리하고 있다. 통전부는 이 단체를 통해 국내외 중국 기업인들의 사상학습 등 통일전선 활동을 펴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왕친민(王欽民) 전 정치협상회의 상임위원이 연합회의 새로운 주석으로 선출됐다.

 링 부장은 지난 3월 아들이 베이징 중심부에서 젊은 여성 2명과 함께 페라리 자동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최근 당 기율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가 경찰에 압력을 가해 사건을 은폐했고 조사과정에서 부패혐의도 드러났다는 게 소문의 내용이다. 그러나 링 부장이 지난주 시 총서기가 주재하는 한 토론회에 참석하고 10일 다시 통전부의 가장 중요한 행사에 참석함에 따라 그를 둘러싼 조사와 실각설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의 정보소식통은 “링 부장은 페라리 사건으로 정치국원은 물론 당초 예정됐던 당 조직부장 승진에서 누락돼 사실상 정치적 실각을 한 것으로 정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직접조사나 구금 등 조치는 없을 것으로 안다”고 분석했다. 링 부장은 현재 당 중앙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장후이링(張徽令) YBC 집행총간사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구리핑 총간사는 오늘도 출근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으며 그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완전히 날조된 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바쁜 일정 때문에 언론과 인터뷰를 못하고 있지만 시간이 나면 언론을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가오융후이(高永回) 중국영공익기금회(中國瀛公益基金會) 비서장도 5일 “구리핑이 아무 이상 없이 업무를 보고 있으며 언론이 없는 사실을 너무 심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구는 지금 허위보도에 매우 화가 난 상태”라고 말했다. YBC는 이 기금회 산하단체이며 두 단체 모두 구리핑이 만들었다. 구리핑은 이들 단체를 통해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기금을 모금해 부동산 등에 투자해 축재했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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