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브리히트」울리는 동독의 「비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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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백림의 스산한 번화가「칼·마르코스」거리-. 한 경찰관이 빈들거리는 더벅머리 청년 앞에 득의의 표정으로 다가선다.『신분증 좀 봅시다!』경찰관은 신분증의 말쑥한 사진과 실물을 세의 검토한다. 『당신이 아니군. 파출소까지 갑시다』 이렇게 해서 파출소까지 끌려간 청년은 대기하고 있는 이발사에 의해 더벅머리는 「사회주의적 규격」에 맞게끔 깎아진다.
동독- 특히 동백림- 에서의「비틀」족에 대한 두통은 이제 와서는 그 대책을 공산 청년동맹이나 경찰에만 일임 할 수 없는 심각성을 나타내고 있다. 고속전차를 타고 서백림에서 동백림에 처음 들어서면-정확히 5분-우선 싸늘하게 풀죽은 표정들과 음산한 분위기를 대하게되고 정류소와 가로변에 모여 앉아 맥없이 수군거리는 더벅머리를 보게 된다.
공산청년동맹(FDJ)의 한 간부는 동백림 고등학교 학생들이 더벅머리에 「트위스트」= 바지를 입고 더러운 몸과 정신으로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다고 비난, 또 교과서 대신 도색소설을 읽고 광적인 「비틀」음악을 들으며 난폭한 행위를 일삼는 퇴폐한 불량배들이 격증하고 있음은 「자랑스러운」 독일 젊은이들의 씻을 수 없는 수치라고 노호. 그는 동백림의 어떤 고등학교 2학년반의 더벅머리들에게 자가비판을 강요, 그 중 한 더벅머리를 까까중으로 만들어 버렸다.
한편 동독 문화성은 이러한 문제들에 관하여 그것은 서방세계의 방송과 TV의 계획적 악 영향 때문이며 사회주의적 공동생활과 도덕 및 노동정신에 배치되는 젊은이들의 태도는 철저한 대책을 필요로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문화성은 대 「비틀」작전의 하나로 최근 「댄스음악 연주회에 관한 규정 2호」를 마련, 그에 의하면 앞으로 「비틀」음악을 연주하고자 할 때는 누구든지 「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되어있다. 결국 자유에의 향수에 가득 찬 동독의 더벅머리들은 「기타」를 메고 거리를 방황하는 대신 총대를 메고 거리를 행진해야될 판이다. 그러나 이들이 어디를 향해 행진할는지는 행진이 끝나봐야 알 일이다.【서백림=강영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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