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공간에서 오간 문인들의 고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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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잃어버린 절규성을 회복하고 왜소해짐으로써 놓친 큰 울림을 되찾자"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현기영)가 문화관광부 지원을 받아 지난해 6월 16일의욕적으로 시작한 인터넷문학세미나(http://www.noree.com 기획위원장 이영진)의 첫날 토론에서 신경림 시인이 한 말이다.

이처럼 기성 문인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벌여온 열띤 토론 내용을 오프라인으로볼 수 있게 됐다. 세미나에서 오간 이야기를 담은 신간「우리 문학이 가지 않은 길」(자우출판사)이 그것이다.

이 책에는 오늘을 사는 문학인의 상황 진단과 고뇌를 담은 발제문, 사이버 좌담내용, 토론 참가자의 약력이 소개됐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계속된 1차 세미나의 성과물을 종합한 셈이다.

사이버 세계의 광활함 만큼이나 주제도 다양했다. <우리 시대의 시문학, 무엇이문제인가>(신경림), <문학 언어와 멀티미디어>(정과리), <정치 대중화 시대에 문학은 가능한가?>(황현산), <사이버 문학의 현황과 전망>(이용욱), <남북 문학계의 교류와 문학 유산의 확충>(김재용), <시는 과연 죽었는가>(김정란), <문화 정책과 그대안>(황광수), <문학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기인) 등 26가지에 이른다.< p>

신경림 씨는 "독자에의 영합이 상업주의와 동무해 악성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 우리 시의 현실"이라면서 `이상주의자의 길에 피는 꽃''으로서의 시의 복원을 강조했다. 정과리 연세대 교수는 "문학이 멀티미디어에 의해 써먹히고 있다면 역으로 그 써먹힘을 부정의 계기로 활용할 기회를 가진다는 데 문학의 존재 의의가 있다"고 본다.

평론가 이용욱 씨는 "지금까지 사이버 문학에 대한 접근 방식은 구체적 성과물에만 급급한 나머지 실천적 형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간과하는 오류를 범했다"고지적했다. 김재용 원광대 교수는 "남북 문학의 교류를 위해서는 양쪽 문학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발제ㆍ토론할 수 있는 조건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세미나는 차수를 바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28일 시작돼 매월 두 차례씩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며 작가와 네티즌 독자들의 참여를 기다리고있다. 10월 행사는 11일,25일에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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