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들 초저금리로 피해 입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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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들은 이미 초저금리의 피해를 보고 있다. 높은 금리를 무기로 영업해온 종합금융회사나 은행의 신탁계정 등 제2금융권은 쪼그라들고 있다.

주된 고객인 기업이 높은 금리의 대출을 갚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은 제2금융권 대출을 1조2천억원이나 갚았다.

예금도 줄고 있다. 올들어 은행 신탁계정의 수신은 1조6천억원, 종금사의 수신은 2조1천억원이 감소했다.

요즘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늘리는 가계대출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금융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전문으로 취급하던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이 좋은 사례다.

S&L은 저금리 장기 대출을 남발하다가 1980년대 들어 금리가 오르자 파산했다. 미국 정부는 S&L을 정리하기 위해 10년에 걸쳐 1천6백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썼다. 국내에서도 급격히 늘어난 가계대출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민.한빛 등 8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6월 2.44%에서 8월에 3.07%로 높아졌다. 연 25%가 넘는 고금리 소액 가계대출을 크게 늘린 일부 상호신용금고에선 첫 달에 이자를 연체한 고객이 30%를 넘었다.

은행들은 또 외환위기 직후 고금리로 발행한 후순위채권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당시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발행한 대가다. 16조원에 이르는 후순위채의 평균금리가 연 8%로 여기에서만 3%포인트의 역마진이 난다.

박석원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초저금리가 적어도 3년 이상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경영을 해야 한다" 며 "감독 당국도 금융기관의 자금이동 상황을 세밀히 지켜보며 부실을 조기에 찾아내야 한다" 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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