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데부와 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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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랑데부」에 성공했다. 이래서 미국의 우주계획이 도약단계(?)에 이른 것일까. 여기까지 오는 데는 57년부터 8년의 세월이 걸렸고 확실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근 150억불의 비용이 들었으리라는 추산이 있다.
「랑데부」가 극히 어려운 일이고, 이번의 성공이 그래서 더욱 장한 일이기는 하지만, 가장 어려웠던 단계는 최초의 우주선을 발사하는 단계였다. 지난 8년 동안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도 여전히 이 발사단계가 극난 하다는 것은 이번 「제미니」6호를 쏘아 올리는데 두 번씩이나 실패했다는 사실이 증명해 준다.
우주선을 발사하려면 우선 우주선과 발사대를 만들어야 하고, 훈련받은 우주 비행사를 준비해야하고, 또 인력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천기까지를 고려해야한다. 전천후한 우주선이 발사포에 올려져서 「카운트·다운」을 대기하고있는 상태를 뜻할 따름이고, 그것이 제대로 발사포를 떠나서 궤도에까지 무난히 올라 갈 수 있다는 보증은 없다.
보통 비행기의 경우, 연료 승객을 싣고, 지휘탑으로부터의 이륙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 비행기는 이륙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나. 막상 신호가 내렸을 때 바퀴가 활주로나 모함의 비행갑판을 떨어져서 제대로 착륙 할 수 있느냐, 그리고 이륙한 다음에 필요한 가속을 주어서 안정한 높이에까지 올라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이륙단계에 앞서는 선행조건이 제대로 되었느냐, 안되었느냐에 달렸다. 비행기의 경우에도 이륙단계가 가장 어렵다.
「로스토」교수가 우리 나라 경제가 이제 「테이크·오프」, 즉「이륙」단계에 있다고 해주어서, 흐뭇하긴 하지만,「이륙」단계란 말을 누군가가 「도약」관계라고 도약 적으로 번역해서 가뜩이나 들뜬 가난한 백성의 마음을 헛되이 설레게 하고 있다. 도약을 하려면 발사대를 무난히 떠나서 가속으로 궤도에 진입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궤도를 자유로이 바꿀 수 있어야한다. 우리 경제가 이륙단계에 있다는 세에도 이론이 많은 판에, 별안간에 도약단계에 들어섰다고 좋아하는 건 좀 우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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