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작가로서의 「모옴」|그의 「임종」소식에 접하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처칠」경과 같은 연배이고 그와 또 친교가 두터웠던 영국의 대중 소설가 「서머시트·몸」이 91세를 일기로 임종을 바라보고 있다. 작가로서의 경력도 다채로왔지만 그의 생애자체가 곡절과 변화로 차 있었다. 「프랑스」에서 자라서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잠시 「하이델베르크」대학에 적을 두었으며 그 다음에는 「런던」에 돌아와서 의학공부를 했다.
그러나 그의 처녀작 「램버드의 리저」(1897)가 문단의 주목을 끌었을때 홀연히 의업을 걷어치고 작가로서의 입신을 결심했다. 그후 극작도 하고 동양이며 남양이며를 두루 여행하고 1차대전때는 정보요원으로서도 활약하면서 후에 가장 인기있는 대중 소설가로서 대성할 기반과 소재를 축적해갔다. 만년에는 주로 「니스」에서 작가로서는 거의 기록적인 부귀를 누리면서 여생을 보내왔었다.
그의 작품은 희곡, 단편, 장편,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볼 수 있는 「서밍업」, 그리고 「작가노트」등 해서 전집으로 20권이라는 방대한 양에 달했다. 그중 우리들이 「대중」또는 「통속」소설이라고 불러서 대수롭게 생각하지않는 흔한 읽을거리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높은 문학적 가치를 가진 「인간의 기반」(1915)이 그의 대표작이다.
우리말로 번역된 「몸」의 작품이 몇가지 있지만 이 장편만은 두가지 번역으로 나와있다. 「인간의 기반」은 「몸」자신이 말한대로 「자전적소설」로서 「빌헬름·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방불케하는 대작이다. 이 작품을 쓰기위해서 굳어져가던 극작가로서와 지위를 내던졌고, 쓰는데 2년이란 오랜 세월을 소비했다.
그토록 긴 소설을 쓰면 독자들을 괴롭히는 결과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자기로서는 과거의 악몽과 같은 고뇌와 슬픔과 집념에서 스스로를 해방하기 위해서 쓴 것이고 결코 독자들에게 오락을 제공하기 위해서 쓴 것이 아니라고 술회하고 있다. 비단 「몸」뿐 아니라 영국의 작가들은 예나 지금이나 문학을 심오한 철학이나 사상을 세상에 묻는 매개라고 생각하지않고, 궁극적으로는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 전통이 있다.
「몸」은 그러한 전통의 가장 두드러진 기수였다. 그러나 「몸」이 「인간의 기반」과 같은 가치있는 작품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 뜻하는 것은, 저들이 대중소설이라고 불러서 애독하는 것은 우리의 그것보다는 월등히 높은 수준의 본격 문학작품이라는 것과 독자 대중의 지적수준이 높은 고장에서는 대중작가가 된다는 것이 문학의 정도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진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