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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12 ⑤ 방송] 양극화·복수 … 꽃미남 보며 위로 받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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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12 방송계는 크게 출렁였다. 종합편성채널이 본격 가동하면서 채널 선택권이 확대됐다. 반면 KBS·MBC의 장기 파업에 따른 후유증도 컸다. 가장 대중적인 미디어인 방송은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를 비추는 ‘창’ 역할을 해왔다. 2012 방송가의 키워드 5를 살펴본다.

 ①강남

JTBC ‘아내의 자격’. 대치동 사교육이라는 소재를 과감히 끌어들였다. [사진 JTBC]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돌풍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의 TV도 ‘강남’을 본격적으로 해부하기 시작했다. JTBC 드라마 ‘아내의 자격’은 ‘대치동 사교육’이란 소재를 과감하게 끌어들였다. ‘강남’을 향한 이 시대의 리얼한 욕망을 그렸다는 평을 받았다. “세상에는 갑과 을이 있고, 나는 내 자식이 갑이기를 바란다”는 명대사가 회자됐다. 극단으로 치닫는 사회 양극화의 또 다른 반영이다.

 JTBC의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는 청담동에서 만화가게를 하는 서민가정을 중심으로, 강남과 비강남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판타지를 선사했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청담동 앨리스’는 한 평범한 젊은 여성이 강남 최상류층에 진입하려고 몸부림치는 이야기다.

 동물인형 브라우니를 스타덤에 올린 ‘개그콘서트’의 ‘정여사’ 코너에도 소통불능 부잣집 사모님 캐릭터가 등장했다. 자본주의의 폐해와 양극화를 고찰하는 다큐멘터리도 잇따랐다. EBS ‘자본주의’와 SBS ‘최후의 제국’이 화제를 모았다.

 ②복수

SBS ‘힐링캠프’의 타블로 편. 스타들의 진솔한 자기 고백이 이어졌다. [사진 SBS]

 부도덕한 기성 권력에 대한 대중의 염증은 SBS 드라마 ‘추적자’와 ‘유령’ 등으로 이어졌다. 대통령·검찰·기업 등이 연계된 권력내부의 비리와 그에 맞서는 서민들의 모습이 대비됐다. 서민영웅들의 사적 복수는 공권력에 대한 불신의 반증이기도 했다.

 대선정국이 이어지면서 강도 높은 시사풍자물도 인기를 끌었다. tvN의 ‘SNL코리아’ 중 ‘여의도 텔레토비’는 대선주자 패러디로 매회 강펀치를 날렸다. 이번 대선 최고의 히트 프로그램이란 평도 받고 있다.

 반면 TV 토크나 예능에서는 독설보다 ‘힐링(치유)’이 부각됐다. 유력 대권주자와 톱스타들이 잇따라 출연한 SBS 토크쇼 ‘힐링캠프’가 대표적이다. 톱스타들의 진솔한 고백이 이어졌다. 때마침 ‘독설’의 아이콘 강호동과 김구라가 잠시 방송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면 복수와 치유란, 동전의 앞 뒷면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③타임슬립(Time Slip)

 상상력의 확장일까. 아니면 이미 검증된 형식에 쉽게 의존한 것일까. 로맨스 드라마물들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슬립에서 새로운 출구를 찾았다. tvN ‘인현왕후의 남자’, SBS ‘옥탑방 왕세자’와 ‘신의’ 등이다. 시공을 뛰어넘는 구성으로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한편 90년대 아이돌 1세대 팬덤을 소재로 한 tvN ‘응답하라 1997’은 대중문화 전반에 퍼진 ‘90년대 복고’ 붐에 가세했다.

 ④오디션

 4년 전 ‘슈퍼스타 K’가 불을 댕겼던 오디션 바람에 가속이 붙었다. 기존의 가수, 모델, 디자이너 오디션뿐 아니라 취업, 요리, 미용 등 전방위로 확대됐다.

가수 오디션은 m.net ‘슈퍼스타K’·‘보이스 코리아’, SBS ‘K팝스타’, MBC ‘위대한 탄생’, KBS ‘내 인생 마지막 오디션’ 등 무려 10여 개에 달했다. 하지만 ‘슈퍼스타K’ 시즌4가 주춤하는 등 오디션의 과포화상태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다익선(多多益善)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느낌마저 주었다.

  ⑤연기파 꽃미남

 상반기 김수현(MBC ‘해를 품은 달’), 하반기 송중기(KBS ‘착한 남자’). 올해 드라마는 연기력과 외모를 겸비한 연기파 꽃미남이 주도했다. ‘꽃미남’을 대놓고 컨셉으로 내세운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tvN이 제작사 오보이 프로젝트와 손잡고 선보인 ‘꽃미남 프로젝트’다.

 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 ‘닥치고 꽃미남밴드’에 이어 ‘이웃집 꽃미남’이 제작 중이다. 출연배우를 뽑는 과정을 오디션 프로로 제작·방영했고 웹툰도 선보여, 대표적인 크로스 미디어(단순한 원소스 멀티유즈를 넘어 애초부터 다양한 플랫폼을 겨냥한 기획) 콘텐트로도 꼽힌다.

‘고뤠~’ ‘브라우니, 물어’ … 올해의 유행어

올해 방송계 유행어는 KBS ‘개그콘서트’에서 양산됐다. 사회풍자가 줄어든 대신 허무개그식 말장난이 득세했다. ‘멘탈붕괴’ 시대를 반영하듯 자기분열식 표현이 주를 이뤘다.

갸루상 박성호의 ‘사람이 아니무니다’, ‘꺾기도’의 ‘감사합니다람쥐~’ ‘안녕하십니까불이~’, ‘꽃거지’ 허경환의 ‘궁금하면 500원’이 대표적이다.

 ‘정여사’ 코너의 ‘브라우니, 물어’도, 맥락이 거의 없는 말이다. 이 코너에서 정태호가 하는 ‘비싸도 너무 비싸’는 ‘~해도 너무 ~해’란 식으로 변주되며 인기를 끌었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김준현이 과장되게 말하는 ‘고뤠~’ 또한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tvN ‘코미디 빅리그’의 라이또 팀이 사용한 ‘시르다’와 ‘조으다’는 청소년과 누리꾼들 사이에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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