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로 당기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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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본의 통상국회는 당초 12월28일 개회될 예정이었으나 한·일조약비준등의 심의를 둘러싼 여·야 격돌로 중의원(하원)의 기능이 비준안이 통과되었던 지난 11월12일부터 완전히 마비되자 자민당은 12월에 들어서면서 통상국회를 12월20일로 앞당겨 개원,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추경예산안을 연내에 성립시킨다는 국회대책을 세웠다.
한·일조약비준서 교환식 날짜가 변경된 열쇠는 여기에 담겨져 있다.
13일 이·추명 제1차 회담에서 추명외상은 일본 정부로서는 공무원봉급 인상, 경기회복을 위한 공채발행을 뒷받침하는 추경예산안을 반드시 연내에 성립시켜야 할 입장이며 자기와 판전 농상이 부재면 그만큼 심의를 연기하자고 사회당이 발목을 끌고 있으니 국회개원에 앞서 귀국할 수 있도록 비준서 교환식 날짜를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
이외무가 한국의 준비관계를 들어 거부하자 추명외상은 『그러면 연기를 제의한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일단 철회한다』고 말했다. 이래서 21일 확정설이 나왔었다.
잇따라 이날 하오에 있었던 이·좌등 회담에서 좌등수상은 일본의 국내 사정을 들어 앞당겨 거행할 것을 다시 요청했다. 이때 이외무는 일본측 요구를 일단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이날 저녁 요정 「신휘락」에서 추명외상이 만찬을 베푼 자리에서 좌등수상은 정좌로 일본식 큰절을 두번하면서 비준서 교환을 앞당겨 줄 것을 간청했다는 것-.
김동조주일대사도 이런 광경은 두번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아뭏든 일본측이 애원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이렇게해서 과거의 한·일협상 경과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국내 사정때문에 비준서교환마저 말려 들어간 격이 되었지만…. 13일밤 11시께 이외무가 묵고있는 동경 「힐턴·호텔」에 전화가 걸려왔다. 『이미 21일로 잡고 준비가 진행된만큼 18일은 곤란하다』는 정총리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14일새벽 영시반 김영주 외무차관을 통해 정부는 『일본측 요구를 받기로 했다』고 국제전화로 다시 알려왔다.
그때 이외무는 잠들고 있었다. 【동경=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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