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산책] '클로버 문고' 다시 우리곁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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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동네의 잔잔한 이야깃거리나 이면에 감춰진 사연들을 소개하는 ‘만화가 산책’을 격주로 싣는다.핫 이슈는 아니어도 만화 문화 발전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많은 화제들을 발굴할 계획이다.

고우영의 『대야망』, 신문수의 『신판 보물섬』, 윤승운의 『요철 발명왕』, 이우정의『모돌이 탐정』….

1970년대 청소년 잡지 『새소년』지령 1백호 특집으로 출간되기 시작한 '클로버 문고' 의 만화들입니다. 30~40대라면 이 클로버 문고 한권 보고 자라지 않은 사람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83년에 절판된 후 만화팬들의 추억 한 귀퉁이에 묻혀 있던 클로버 문고가 복간된다는 소식이 들려와 만화 동네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클로버 문고를 냈던 어문각에서 복간을 결심하게 된 건 다름 아닌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 때문이었습니다.

어문각 원준희 이사에 따르면 독자들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 것은 1년전부터라고 합니다. "내가 보고 자랐던 클로버 문고를 내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는 아버지 독자가 있는가 하면, "연구 자료로 쓰고 싶은데 도대체 구할 수가 없다" 는 매니어까지 다양했다고 하는군요.

심지어 네티즌을 대상으로 클로버 문고 복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독자도 있었다고 하니 복간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되시겠지요.

어문각 홈페이지(http://www.omungak.co.kr)에도 의견이 쇄도했다는군요.

어문각은 조만간 독자들과 함께 복간준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걸림돌이 많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저작권 개념이 희박했던 당시, 가공의 국내 작가를 내세워 출간했던 일본 해적물입니다. 수많은 소녀들의 심금을 울렸던 『유리의 성』이나 『샤넬의 향기』 등이 좋은 예입니다.

『바벨 2세』『우주여객선』『천년여왕』처럼 일본 만화 표절의 혐의를 받는 만화도 상당수입니다. 문제는 이 작품들이 클로버 문고를 '추억 상품' 으로 자리잡게 한 일등 공신이라는 데 있습니다.

또 최근 바다그림판이 내놓은 『철인 캉타우』처럼 이미 복간된 작품은 또 내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차 떼고 포 떼고 나면 과연 수지를 맞출 작품 목록이 꾸며질 지가 의문입니다.

어문각은 복간이 불가능한 작품을 배제하고 나머지만 복간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원하는 독자에 한해 주문 생산하거나 공모주 형식으로 복간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모양입니다.

어쨌든 고전 만화를 거의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에서 클로버 문고의 복간 추진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총 4백28종(만화는 3백89권) 에 달하는 클로버 문고의 원고 필름이 전부 남아있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아직 책이 나오기까지 갈 길이 멀지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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