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3000만원 이상 지방세 체납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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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세 58억원을 체납한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 등 전국의 고액·상습 지방세 체납자 1만1500여 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지방세 체납 개인 1위는 조 전 부회장, 법인 1위는 129억원을 체납한 경기도 용인의 지에스건설이었다. 공개 대상은 체납 발생일로부터 2년 넘게 3000만원 이상의 지방세를 내지 않은 개인과 법인이다. 이들의 전체 체납액은 1조6894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576억원 늘었다. 또 공개 대상 명단에 오른 개인·법인 비중은 서울시가 44.1%로 가장 높았고 경기도가 27.5%로 뒤를 이었다.

 서울에선 대기업 총수, 전직 고위 공무원, 병원장 등 사회 지도층 인사의 고액·상습 세금 체납이 많았다. 서울시 홈페이지(www.seoul.go.kr)에 공개된 고액·상습 체납자 5085명 가운데 새로 이름을 올린 사람은 476명이고 나머지 4609명은 기존에도 이름이 공개됐던 체납자들이다.

 신규 공개 대상자 중에서는 박성규(77) 전 안산시장이 9억31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지방세를 내지 않았다. 그는 시장으로 있으면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예정지역 정보를 빼내 120억원대의 땅투기를 하고 건설업체로부터 뇌물 5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2002년 구속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그린벨트 투기로 얻은 이익에 대한 지방세(주민세)다. 박 시장에 대한 세금 추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가 박씨의 금융재산 추적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찾아낸 것은 1850만원짜리 예금 통장 하나뿐이다. 주민등록상 그의 거주지로 돼 있는 월세 350만원짜리 서울 삼성동 자택에는 현재 아들만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씨 주소지로 찾아가면 아들만 만날 수 있는데 아들이 세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이동보 전 코오롱TNS 회장,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 일부 전직 대기업 대표들도 수십억원대의 지방세를 내지 않고 있다. 유명 사채업자인 장영자씨와 제3대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김재춘씨도 억대의 지방세를 체납했다. 서울시는 장씨에 대한 세금 추징을 위해 현재 16억원대의 경기도 구리시 임야에 대한 공매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김씨의 경우는 본인 명의로 된 재산이 발견되지 않아 전직 국회의원에게 나오는 헌정회 연금을 압류한 상태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올해는 이름이 빠졌다. 최근 검찰이 찾아낸 14억원대의 비상장 주식을 지방세로 충당하면서 체납자 신세를 면했다. 조동만 전 부회장 측은 “세금 부분은 법적 논란이 있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으로 판결이 나오면 그에 따라 세금을 낼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창희·최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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