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측 "남은 변수는…" 文측"이정희와 관계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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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0. 선거일 열흘 전쯤이면 유권자들은 대체로 지지 후보를 마음으로 결정한다. 그래서 선거 막바지의 변수는 승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열흘 남은 이번 대선에선 부동층을 움직일 3대 변수가 이제 시작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갔고,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원유세를 시작했다.

TV 토론도 두 차례나 남았다. 박·문 캠프에서 선거전을 진두지휘하는 권영세·김부겸 두 전 의원을 만나 대선 전략과 변수에 대해 들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 권영세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安, 고향 부산부터 공동유세 지역주의로 새 정치 하겠나”

권영세(53) 전 의원은 9월 말 박근혜 캠프의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다. 4·11 총선 당시 새누리당 사무총장으로서 선거를 승리로 이끈 경험이 발탁 배경이다. 권 실장은 이후 매일 10여 차례의 회의를 챙기며 대선 승리 전략에 골몰한다. 새벽 2시 전후가 퇴근 시간인 생활이 두 달을 넘었다. 7일 당사에서 만난 그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한 달째 감기라고 했다. 권 실장은 “이번 대선은 49대 51의 싸움”이라며 “책임의 무게 때문에 스트레스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 판세를 어떻게 보나.
“박빙 우세다.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돕기 시작한 영향이 조금은 있겠지만 판세를 역전시킬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안 전 후보의 말과 행동이 맞지 않아서다. ‘이념 차이를 느낀다’면서도 문 후보를 돕기로 한 건 자기 정치를 위한 것이다. 진심으로 문 후보를 위한 건 아니다. 그가 ‘안철수 현상’의 주인공이 된 건 캠프 이름(진심 캠프)처럼 진심 때문이었는데 진심이 아닌 행동은 문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거다. (안 전 후보 외곽조직) CS코리아 외에도 많은 사람이 새누리당 지지를 고려 중이다. 유세도 고향인 부산부터 시작했는데 새 정치를 하겠단 분들로선 가치와 행동이 다른 모습이다. 지역주의 극복이야말로 새 정치의 중요한 가치 아닌가. 후보가 도대체 누군가란 생각도 든다. 어디까지나 후보는 문재인인데 자기 힘으로 선거하는 게 아니라 안 전 후보에게 기댄다.”

-지역별 판세는 어떤가.
“부산·경남은 생각보다 괜찮다. 캐스팅보트라는 충청에선 우세하다. 강원·TK(대구·경북)도 괜찮고, 호남 여론조사도 조심스럽게 두 자릿수가 가능하지 않겠나 기대한다.”

-젊은 층에선 어렵지 않나.
“2040에선 어려운데 20대·40대 지지율도 오르고 있다. 40대는 이념과 현실을 같이 추구하는데 보육·가계부채 공약이 먹히고 있다. 20대는 막연한 거부감으로 새누리당을 미워했는데 현실적으로 누가 등록금,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보고 새누리당에 조금씩 문을 열고 있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들고나왔는데 먹히는 구호인가.
“안정이냐 변화냐를 놓고 투표할 때 안정이 이긴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경제위기가 닥쳐오는 불안한 시기여서 ‘준비된’이란 슬로건이 효과가 있다. ‘여성 대통령’도 여론조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여성 유권자층은 더 지지한다.”

-보수 연대의 효과는.
“2007·2002 대선에선 보수 단일화가 안 됐다. 이번에 된 거다. 하지만 보수대연합으로 선거를 하는 게 아니다. 박 후보가 대통합을 얘기한 건 진보도 아우르겠다는 거다. (인혁당 사건 피해자) 김중태, (북한 의료봉사를 하던) 인요한씨가 그렇다. 동교동계는 지역 통합이고, 젊은 총학생회장들의 지지 선언은 세대갈등 통합이다. 국민대통합의 단초를 지금 만드는 거다.”

-남은 변수는 뭘까.
“누가 실수를 하느냐, 안 전 후보가 어느 정도 지지하느냐가 변수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예고했는데 변수가 될까.
“한때 북한 위협이 여권에 긍정적인 이슈일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반드시 유리한 건 아니라고 본다. 미사일 발사 문제는 단순히 선거 차원에서 바라보고 유불리를 따져선 안 된다. 안보와 관련된 부분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른 시간 내에 북한이 평화를 위협하는 행태를 하루빨리 중지하도록 초당적으로 접근할 문제다.”

-TV 토론이 미칠 영향은.
“TV 토론 변수는 우리에게 나쁘지 않다. 지난 3일 박 후보로선 자신을 돕던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크게 다친 충격 속에서 준비를 거의 못한 채 토론에 나섰다. 게다가 이정희 후보가 금도를 넘었다. 그런데도 그 정도였다면 앞으로 TV 토론에선 잃을 게 없다. 이정희 후보는 후보로 끝까지 갈 거라고 보지 않는다. 국민연대란 이름하에 후보 단일화를 할 텐데 그런 후보에게 시간을 주는 게 맞나. 문 후보가 빨리 단일화를 시켜 10일부턴 1대 1토론을 하면 좋겠다.”

-문 후보의 캠페인을 어떻게 보나.
“문 후보는 소탈하고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NLL(북방한계선)과 관련해 진실이 밝혀지면 진정성도 타격을 받을 거다. 남은 기간에라도 솔직히 ‘(노무현 정부) 당시엔 이랬는데 나는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게 옳은 지도자의 모습이다. 문 후보는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약하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 원인인 친노 10인방에게 휘둘려 아이덴티티를 발휘하지 못하기도 한다. 당선되면 심상정처럼 급진적인 쪽도 받아들이고, 보수적인 안 전 후보에게도 국정 운영의 지분을 줘야 한다. 안 전 후보는 정책 면에서 새누리당과 큰 차이가 없다. 이면 합의는 없길 바라지만 뒤죽박죽 정권이 되지 않겠나. 국민연대는 ‘뒤죽박죽 연대’ ‘혼란 연대’ ‘반쪽 연대’다.”

-향후 전략은.
“부동층이 상당히 줄었다. 안 전 후보가 가려서 안 보였을 뿐이지 새누리당의 정치 쇄신이 강력하고 효과적이다. 그런 쇄신을 제대로 이야기하면 부동층이 상당히 올 거다. 민생과 ‘책임 있는 변화’도 핵심 메시지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캠프 김부겸 선대위 상임본부장

“安 등판으로 PK 40% 유력 1%p 안팎 초접전으로 갈 듯”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4일 김부겸(54) 전 선대위원장을 박영선·이인영 의원과 함께 선대위 상임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안철수 전 후보에게 공간을 주기 위해 지난달 24일 선대위원장단 10명이 사퇴한 뒤 ‘3인 선대본부장 체제’를 만든 것이다. 김 본부장을 7일 국회 정론관에서 만났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종교인들의 기자회견 사회를 마친 직후였다. 그는 “이번 대선은 범보수 대 범진보의 싸움”이라며 “종교인들까지 참여할 정도로 치열하다”고 말했다.

-현재 판세를 어떻게 보나.
“문 후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보수 우위 사회다. 또 박근혜 후보가 보수대연합을 이끌어내 간단한 싸움이 아니다. 다만 민주당이 기댈 수 있는 건 ‘새누리당으론 안 된다’는,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국민이 많다는 거다. 민주당 이외에 민주·개혁·진보 세력 모두가 힘을 합치는 총력전이다.”

-‘안철수 효과’가 얼마나 될까.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문 후보가 5%포인트 내외로 뒤지고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단일화의 완성으로 1%포인트 내외의 초접전 양상으로 변할 거다. 박근혜 후보가 과거를 상징한다면 문재인 후보는 현재를, 안철수 전 후보는 미래를 상징한다. 안철수 변수로 현재와 미래가 합쳐 과거를 이기는 선거로 바뀌게 될 거다. 하지만 승리의 고비를 넘기 위해선 민주당의 혁신과 미래 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 같은 구체적인 방안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문·안 두 사람이 ‘대선 이후에도 긴밀하게 협의한다’는 건 ‘공동 정부’를 뜻하나.
“어떤 부분에선 그렇고 다른 부분에선 그렇지 않다. 정권 창출 이후엔 정치개혁, 민생경제 회복 같은 무거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서로 책임지고, 새로 탄생하는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측면에선 그렇다. 그러나 정부 탄생 이후 자리 나누기 같은 방식의 공동정부는 결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거다.”

-지역별 판세는 어떤가.
“수도권에선 초박빙이다. 누가 이기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수도권은 사회·경제적 모순이 가장 첨예한 지역인 만큼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어느 지역보다 높다. 따라서 젊은 층의 투표가 늘어날수록 문 후보에 대한 지지가 올라갈 것으로 본다. 부산·경남은 35% 정도로 파악한다. 안 전 후보의 등판으로 40%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리얼미터의 12월 6일자 조사를 보면 대구에서도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30% 정도 된다. 역대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12%,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 지지를 받은 지역이다. 그런 지역에서 30% 가까운 지지가 나오는 건 잠재돼 있던 새로운 변화, 정권교체에 대한 요구가 밖으로 나타나는 거다. 물론 박 후보도 호남 지역에서 10% 이상 지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선거는 우리 정치의 가장 전형적인 구태라고 할 수 있는 지역감정이 많이 완화되는 계기가 될 거다.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는 통합과 상생이기 때문이다.”

-세대별로는 어떤가.
“40대를 기준으로 그 이하는 우리가 우세하고, 50대 이상에선 박근혜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판단한다.”

-TV 토론이 변수가 될까.
“국민은 TV토론을 보면서 어떤 후보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끄는 데 적합할지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순 있을 거다. 앞으로 남아 있는 토론회에서 문 후보는 상대 후보를 흠집 내기보다는 국민에게 정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할 거다.”

-남은 변수는 뭔가.
“민주당의 혁신과 변화다. 또 이번 단일화를 계기로 안 전 후보를 통해 변화를 열망했던 국민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예고했는데 변수가 될까.
“북한 위협이란 게 과거엔 진보 진영에 문제가 됐지만 지금은 국민이 균형 있게 보지 않을까 싶다. 미사일 문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강력하게 규탄해야 한다. 안보 불안도 있지만 안보 무능에 대한 불만도 있으니 여야에 미치는 영향은 반반이라 본다. 대북 강경책을 5년 동안 했는데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터졌고 미사일 쏘겠다고 하지 않나.”

-이정희 후보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나.
“분명히 선을 그을 거다. 대한민국 공동체에 대한 입장이 다르잖나. 애국가도 부르지 않는 분들과는 다르다. 법적으로 보장된 토론회는 3자가 할 수밖에 없으니 다른 테이블에서 양자 토론 하자는 거다.”

-박 후보 측 캠페인을 어떻게 보나.
“언론에서 ‘선거의 여왕’이라고 표현하는 만큼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고 있는 분이 문 후보에 대해 네거티브를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향후 전략은.
“단일화를 계기로 정권교체와 새 정치의 미래를 보여드리려 한다. 안 전 후보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고 말했다. 문 후보의 당선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할 거다. 이번 선거는 역사의 변곡점이다. 국민의 열망을 담아 이기지 못한다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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