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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남긴 유언 속 '세 여자'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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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금 세 여자가 움직인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52·사진) 소장은 6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66) 노동당 비서가 권력의 정점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로켓 발사 예고도 김경희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단언했다. 로켓 발사를 강행할 태세인 북한에선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탈북자 중심의 북한 연구단체 ‘북한전략센터’를 설립한 김광인 소장에게 북한의 최근 사정에 대해 물었다. 연합뉴스 등에서 북한 전문기자로 활동한 김 소장은 건국대 박사(정치외교학) 출신의 북한 전문가다.

-김정은이 북한 권력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나.
“북한의 현재 최고 실권자는 김경희다. 지난 4월 북한이 광명성 3호를 쐈을 때도 김경희의 의중이 컸다.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은 온건 실용주의 성향이다. 장성택이 당시 국제사회 반응을 고려해 로켓 발사를 반대했지만 김경희가 ‘이것은 오라비의 유훈’이라며 강하게 밀어붙이자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한다. 김정은 역시 고모의 말에 꼼짝 못한다.”

-여인 천하라면 또 다른 실세 여성은 누구인가.
“김정일의 장녀인 김혜경이 숨은 실세다. 또 다른 한 명은 김정일의 본처인 이영숙(김영숙으로도 알려짐)의 딸 김설송이다. 두 사람 모두 당에서 활동하고 김경희와 밀접한 사이다. ‘세 여자가 북한을 움직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경희를 중심으로 혜경이, 설송이와 협의해 (나라 운영을) 해 나가라’는 게 김정일의 유훈이라고 한다. 이들 외엔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 때 뒤에서 돌봐준 이철 전 스위스 대사가 있다. 현재 서기실장이 됐다는 설이 있다.”

-이번 로켓 발사 예고에도 김경희가 영향력을 행사했나.
“물론이다. 장성택은 북한을 가능한 범위에서 정상국가화하려고 한다. 그런 장성택이 부인을 막지 못한다. 김정은 입장에선 집권 1년에도 별다른 업적이 없는 데다 지난 4월엔 로켓 발사에 실패했으니 만회해야 할 입장이다. 이번 로켓 발사는 이런 내부 요인이 90%다. 한국의 대선이나 나로호 발사를 염두에 둔 외부 요인은 비중이 적다.”

-김경희는 왜 로켓을 발사하려 하나.
“밑바닥 민심뿐 아니라 군부 불만이 크다. 경제에 집중한다면서 군부를 약화시키고 군 경력이 없는 최용해에게 차수 계급장을 줘 군권을 쥐게 했다. 군부의 불만이 크지만 과거 이영호 전 인민군 차수가 숙청됐듯이 숙청 바람이 무서워 아직은 저항을 못하고 있다. 김경희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폭발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잠재 저항 세력이 군부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로켓 발사를 성공시켜 내부를 안정시켜야 한다.”

-김정은 체제는 왜 취약한가.
“김정은은 일단 후계 기간이 짧은 데다 오랜 유학 생활로 북한 내의 경험이 적다. 북한 내부에선 ‘물정도 모르고 지시를 남발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밑바닥 민심은 최악이다. 2009년 11월 화폐교환 조치 이후 크고 작은 소요가 잦다. 유럽과 중국 등을 통해 시위진압 장비도 계속 수입하고 있다. 김정은이 집권 후 수해 현장이나 민생 현장에 간 적이 있나. 감히 못 간다.”

-북한이 개혁과 개방으로 나갈까.
“김씨 정권하에선 절대 못한다. 개혁은 둘째치고 개방이 되면 지금까지 북한이 인민들에게 해 온 김일성 우상화 교육 등 각종 거짓말이 다 탄로난다. 단군 이래 김씨 체제만큼 권력을 누려온 이들은 없었다. 이들은 지금 호랑이 등에 타고 있다. 내려가는 순간 잡아 먹힌다. 개방을 안 하는 게 아니고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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