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소아과회의에 다녀와서|이국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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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1월 5일에 서울을 출발하여 동경에 가서보고 특히 놀란 것은 일본 남녀 중.고등학생들의 체격이 대단히 좋아진 것이다. 과거에 우리가 보던 안목으로는 도저히 과거 일본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이었다. 이것은 오로지 생활에 여유를 가지게 됨에 따라 유유아기에 영양을 충분히 공급한데 기인하는 것이며 유유아기의 영양이 국민 체격개선에 얼마나 필요한가를 직접 보여준 좋은 예라고 생각된다.
동경 국제소아과 학회는 11월 7일에 웅장화려한 신대곡「호텔」에서 개회식을 하였으며 이에는 세계 60여국으로부터 소아과 의사 2천여명과 그 부인 8백여명, 일본의사 천여명 도합 약 4천명이 참가하였다. 우리나라로부터도 l8명이 참가하였다.
개회식에서는 식사가 영·불·서·일의 4개국어로 동시에 통역되었으며 특히 이채를 띤 것은 약 20명으로 구성된 독일 소아과의들의 관현악단에 의하여 특별연주가 있었던 점이다.
동경 국제소아과 학회는 소아과학을 20개 전문분야로 구분하고 신대곡 「호텔」, 적판「호텔」및 상지대학 등의 강당을 사용하여 1주 동안 계속되었으며 12개 장소에서 동시에 강연이 있어서 각자가 흥미있는 강연장으로 따라다니느라고 대단히 분주하였다. 이번 학회에는 다수의 연제 발표 신청자로부터 연제 선택위원회에 의하여 약 6백 연구제목이 발표수락 되었으며 한국에서는 필자의 「중추신경의 혈압에 미치는 영향」및「중추신경의 항 이뇨 작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2개 연구제목과 윤덕진씨의 「경기도내 폐디스토마 분포상태 조사보고」를 발표할 기회를 얻었다.
도합 6백 연제에 비하면 한국은 그 0·5%를 차지하는데 불과하나 국제 소아과학회에서 연구업적이 발표된 것은 우리나라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각 연제 내용에 대하여는 너무 전문적이고 또한 각각 책임을 분담하여 종합 집필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서울서의 학회와 다른 점은 각 강연마다 활발한 질의토론이 있었으며 이점으로 이 학회가 대단히 유의의 하였다고 생각된다. 필자의 강연에 대하여도 질의를 통하여 많은 관심을 가진 동조자를 발견하게 되어 크게 유쾌하였다. 이번 학회는 공식 용어로 영·불어가 사용되었고 항상 영·불어로 동시에 통역되었다. 다음은 국제소아과 학회 각국 대표자회에 대하여 간단히 보고하겠다. 이번에 한국을 비롯하여 「루마니아」「에쿠아도르」「인도네시아」의 4개국이 새로이 가입하는 안이 대표자회의에서 통과되었다.
그리하여 필자가 한국대표로서 각국 대표자회의에 정식으로, 그리고 처음으로 참석하였으며 참석한 각국대표는 40여명에 달하였다. 이번 회의에서 의결된 주요사항으로는 각국에서 대표자로 1명만이 참가하며 1표만을 투표 할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과 다음 사무총장으로 「스태풀턴」씨가 당선된 것, 그리고 68년도 국제 소아과 학회는 「멕시코」와「카이로」 두곳서 유치 연설을 하고 표결한 결과 절대 다수로 「멕시코」에서 개최키로 결정한 것 등이다. 다음 국제 소아과 학회는 한국에서도 한번 개최하여 보려고 생각은 하였으나 그규모나 시설면으로 보아 엄두도 내지 못하고 말았다.
들은 바에 의하면 동경 국제소아과학회의 예산은 1억2천만원 (일화)이며 그 약간은 참가금으로 충당하고 반은 각 의과대학 소아과 및 일반소아과 의사가 분담하였다 한다. 참가금은 동경학회 50불, 경도학회10불 도합 60불이었다. 동경 국제소아과학회가 13일에 끝나고 그 뒤 몇 군데 관광을 하며 15일에 경도에 도착하였다. 정회원 및 동반회원을 위하여 별도로 여러가지의 시찰 및 관광의 계획이 마련되어 있었다. 경도 국제소아과학회는 16, 17양일에 걸쳐 개최되었다. 경도는 역사적 도시이니 만큼 동경학회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전부 관광만 시키려는 계획이었으나 동경학회에서 충분히 토론하지 못한 점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되어 여기서 2차 학회를 가지게 되었다 한다.
매일 상오 중만 7개 장소에서 동시에 강연이 있었으며 여기서도 질의토론이 역시 활발하여 대단히 흥미가 있었다. 그리고 하오에는 매일 시내 및 부근 명승지의 관광안내를 받았다.
이번 국제 소아과학회에 참가하였던 소감을 요약하면 상호 연구발표를 통한 활발한 의견교환에 의하여 얻은바가 심히 컷을 뿐만 아니라 이런 회의에 참가하는 것은 민간외교사절로서도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대한 소아과 학회도 이에 정식으로 가입한 이상 앞으로는 개최지의 원근을 불구하고 많은 회원이 참석하여 민간 외교사절로서도 국제적 우호를 증진하는 한편 훌륭한 연구업적을 많이 발표하여 국위를 세계에 선양할 뿐 아니라 세계 소아보건 향상에 공헌하여야 하겠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 과장·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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