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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와 버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최근에 서울을 다녀간 「샌프란시스코」시장 「요티」씨는 서울과「샌프란시스코」가 몇가지 공통점을 가지고있다고 했다. 그 하나는 두 시가 다 돈이 모자라서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 또 하나는「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인구 2천 7백만에 매주 천명 꼴로 늘어나는데, 서울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요티」시장이 말하지 않은 공통점이 또 하나있다. 그 두 도시에서 전세기의 유물인 전차가 구르고 있다는 것. 전차는 같지만 사정은 다르다. 저쪽은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투어리스트·피스」로서 일종의 애교물인데, 우리것은 서민들의 찢기고 트고, 부르터 오른 둔중한 발이다.
얼마전에 분수대는 서울의 교통난을 없애기 위해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새로 나라 서울을 마련하자는 제의를 했다. 이것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얘기라면, 보다 더 현실적이고 건설적인 개의를 하자. 우선 가뜩이나 좁은 서울의 거리를 큰 덩치로 소걸음 만행을 해서 날로 늘어가는 차량의 운행에 큰 방해가 되고있는 전차를 없애자. 개화이후 서민들의 벗이 되어온 전차 운전사와 차장 아저씨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하는 일이 그리 큰 문제일 수 없다. 그 다음엔 거리 양쪽에 늘어선 전주와 얽히고 설켜서 제멋대로 늘어진 난마와 같은 전선을 지하로 몰아버린다. 그만해도 서울 거리는 한결 근대화의 모습이 역연해 질 것이다.
어제부터 다니기 시작한 급행「버스」가 텅텅 비어서 돌아가고 전차·「버스」·합승은 여전히 콩나물 시루의 참상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을 두고 다음 단계를 생각한다. 전차와 전선이 깨끗이 사라진 거리에는 어디서 서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급행「버스」가 아니라 획기적으로 늘어난 완행「버스」를 굴린다. 좌석제라는 배부른 흥정을 고집할 필요도 여유도 없다. 끝으로 없어진 전차 대신 「트롤리·버스」를 대량으로 도입한다.
이렇게 해서 서울의 교통지옥이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 겨우 응급치료가 끝나는 것―완치는 결국 꿈과 천재가 합작해서 이룩하는 원대하고 근본적인 도시계획의 성공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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