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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샌드위치 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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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야당은 제나름의 질서를 다듬는 전환점에 서 있다. 민정가도에서 야당 스스로가 내걸었던 단일화는 되풀이된 파동으로 깡그리 매몰되었다. 파동이 거듭될 때마다 누적된 파벌간의 적대감정은 공존의 기틀마저 무너뜨렸다. 세칭 강경파와 온건파는 양립할 수 없는 매몰찬 불신 속에 대치했다.
야당은 여당과 집권경주에 앞서 야당 자체안의 뜀박질로 승패를 가려야하게 되었다. 야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따랐던 국민의 지지도 싸늘히 식어있다. 이토록 황량한 폐허에서 야당은 어디로 가곤 있는 것일까.
통합된 단일야당이던 민중당은 창당 6개월만에 분열되었다. 강경파와 결별한 온건파의 민중당은 헌정궤도를 지키는 정책 야당을 공약했다. "정권의 변칙적 도괴는 어떤 경우에도 합리화할 수 없다"는 원칙을 내세운 민중당은 헌정수호와 공화당의 독주 견제를 명분으로 사퇴서를 내놓았던 소속 국회의원을 원내로 되돌아가게 했다.
그러나 숱한 제약이 앞을 막아섰고 모멸과 증오가 매질하고 있다. 강경 계열은 "민중당은 준 여당으로 전락했다"고 성토하고 선명 야당 창당을 위해 대열을 떠났다. 강경파는 "의원직 사퇴란 공약을 배반한 민중당의원의 원내복귀는 일당국회의 매국협정 비준동의를 추인하는 결과가 됨으로써 매국적 한·일 조약의 종범이 되었다"고 공격했다.
헌정수호라는 공약에 대해서도 "헌정이전의 정치집단인 공화당을 상대로 헌정의 룰을 내세우는 것은 엉뚱한 수작"이라고 도리질하고있다. 강경파는 민중당을 과녁으로 화살을 쉼없이 쏘고 있다. 헌정을 울타리로 한 새 방향도 매머드 여당의 힘의 강행군 앞에 좌절만을 거듭하고 있다. 민중당이 가장 소중한 것으로 지키려 했던 국회는 국정의 중심에서는 먼 거리에 있다.
정치가 숨죽였던 비준파동에서 구속된 학생, 퇴교당한 교수와 학생의 구제를 위해 여당을 설득하여 국회의 이름으로 정부에 건의했지만 실효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회의 건의를 깔고 앉은 문교장관 해임건 의안도 불발탄이 되었다. 여당은 그들 마음대로 설정한 궤도를 달리기만 한다.
이유 있는 반대도 대안 있는 투쟁도 외면된 채 여와 야의 궤도는 평행으로만 가고 있다. 이렇듯 탈선한 헌정은 행정의 편에선 강경의 논리를 긍정시키려 하고 있다. 강경파의 억센 공격, 공화당의 힘의 정치, 이 틈바구니에 낀 민중당은 샌드위치가 되어 있다.
민중당이 기대려는 언덕은 민심이다. 그러나 정치활동재개 이래 거듭된 파쟁은 민심을 날려보냈고 분열을 조장, 힘을 분산시켰다. 파동의 저변에는 공화당의 이상정치 수법의 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무렵 야당의 외침에는 진실이 결여되어 있었다. 민정하에서 나타난 시국관의 대립은 한·일 협정 비준을 싸고 처참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것은 야당이 정립된 이념아래 뭉치지 않고 한낱 전근대적 파벌연합이었던데 기인한다"(조윤형 의원의 말)는 반성도 있다.
이 같은 반성을 토대로 전철을 되밟지 않을 보장을 선행시켜야 한다. 공화당에 대처하는 새 자세를 가다듬고 온건의 논리를 이념으로 정립하고 파벌을 넘어선 대담한 새 짜임새를 갖추는 일들은 민중당이 지금 앉고있는 과제라 할 수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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