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적극 지지 땐 박근혜·문재인 지지율 예측불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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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왼쪽)와 안철수씨가 6일 오후 회동 후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 앞에서 손을 잡고 촬영에 응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6일 오후 4시15분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 앞.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씨가 또다시 만났다. 안씨 측이 오후 1시쯤 전화를 걸어와 배석자 없는 만남을 제안했고, 유세 중이던 문 후보는 오후 일정 일부를 취소하고 시내로 돌아왔다. 안씨는 약속장소로 들어가기 전 “새 정치와 정권교체는 제 출발점이자 변함없는 의지, 그런 국민적 소망 앞에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고 말했다.

 20여 분간의 회동을 마친 두 후보는 짧은 성명을 밝힌 뒤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포옹해 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안씨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응하지 않았다. 결국 문 후보가 먼저 다가가 팔을 내밀었다. 두 후보는 포옹 대신 한쪽 팔로 서로의 허리를 어중간하게 감싸는 자세를 취한 채 취재 카메라를 향해 이쪽저쪽 방향을 바꿨다.

 안철수-문재인의 단일화 협상이 시작된 게 11월 6일. 그로부터 꼭 한 달 만인 6일 두 사람의 단일화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협상 중단, 일방적 사퇴, 지지 연기 등 우여곡절 끝에 표면상 단일화가 완성된 셈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씨의 구원등판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열세인 문 후보의 지지율에 적잖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7일 보도)과 글로벌리서치가 5일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박 후보의 지지율은 47.6%로 문 후보(43.8%)를 4%포인트가량 앞서고 있다. 하지만 안씨가 문 후보를 적극 지지할 경우 46.6%(박 후보) 대 46%(문 후보)로 초박빙 상태가 된다. 다른 여론조사 기관의 같은 기간 조사도 ‘안철수의 지지’가 문 후보의 열세를 박빙으로 되돌려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의 지지 선언이 나온 시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문 후보가 어려운 국면을 맞은 시점을 골랐다는 점에서다. 오마이뉴스(6일 보도)와 리서치뷰가 5일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재집권(47.4%)이 정권교체 의사(44.9%)를 넘어서고 있다. 지지율 격차뿐 아니라 문 후보의 슬로건인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한풀 꺾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날 둘의 회동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야권의 세불리가 더욱 심화될 거란 전망이 이어졌었다.

 안씨의 지지 표명으로 문 후보 캠프에는 희색이 돌았다.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월요일자 아침 신문에 발표될 여론조사가 역전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공보단장도 “적게는 2.5%포인트에서 많게는 4%포인트까지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후 두 분의 활동으로 시너지 효과가 나오면, 현재 (평균적으로) 5%포인트 정도 벌어진 지지율은 충분히 역전 가능하다”고 했다.

 안씨는 7일 첫 지원 유세지역으로 고향인 부산을 택했다. 부산은 문 후보의 고향이기도 하다. 둘이 함께 고향에서 유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민주당은 부산·경남(PK)을 승부처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이목희 본부장은 “PK의 지지율이 40%에 안착한다면 좋은 신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문 후보 캠프는 서울·경기, 충청 등 전략지역에서도 안씨가 나서주길 기대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공식 선거운동 개시 전 이미 안씨가 등장하는 TV-CF를 제작해 놨다. 안씨의 지지 표명에 따라 문 후보 측은 안씨의 이미지와 육성을 선거전에 사용할 예정이다. 안씨는 온라인과 SNS에서의 지원활동을 병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안씨가 문 후보 선대위에 들어오거나 공동선대위를 구성하진 않을 듯하다. 안씨 측 유민영 대변인은 “백의종군이라는 말에서 충분히 설명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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