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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전통시장 살리는 법 따로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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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채승기
경제부문 기자

충남 아산에 있는 온양온천시장 한쪽에는 한겨울에도 족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는 ‘소원분수-건강의 샘’이 있다. 뜨거운 온천물이 흘러 한겨울에도 맨발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이 시장은 상인회가 문화 컨설팅회사와 함께 3년 전부터 ‘온궁 보양식’ 개발, ‘온궁수라상 및 임금님 행차 퍼포먼스’ 같은 콘텐트를 개발했다. 과거 임금님이 휴양을 위해 찾았다는 온양온천의 역사를 내세운 것이다. 황의덕 온양온천시장 회장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매출은 60%가 늘었고 평일에도 4000명가량이 시장을 방문할 정도로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대구 방천시장은 상인회와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의기투합해 ‘문화형 시장’을 만든 경우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전통시장을 문화 체험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2008년 시작한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지원이 보태져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 생겼다. 시장 옆 130m 골목에 이 동네에서 태어난 가수 김광석을 추모하는 그림과 사진을 붙여놓은 길이다. 이 길이 생기면서 주말엔 단체관광객이 몰릴 정도가 됐다. 자연스레 시장에 들르는 사람도 3배 이상 늘었고 특히 20, 30대 젊은이들은 예전보다 10배나 늘었다. 이게 바로 이야기가 가진 힘이고 전통시장이 가진 장점이다. 이야기는 사람을 이끌고 지역기반의 전통 시장은 특유의 문화상품으로 사람들의 지갑을 연다.

 전통시장은 그 자체로 우리 고유의 문화를 지닌 관광콘텐트다. 시설 현대화와 전통시장이 가진 이야기를 날줄·씨줄로 촘촘히 엮는다면 전통시장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여기에 온양온천시장과 방천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약간의 도움을 얹는다면 전통시장은 그 자체로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 사이에서 신음하는 전통시장을 제대로 돕는 길. 어쩌면 그건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하는 게 아니라 온양온천시장이나 방천시장처럼 스토리가 있는 시장, 관광의 명소가 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아닐까.

채승기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