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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정에서 심의로-중의원, 참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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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의 상원인 참의원은 내주부터 한·일 조약 및 제 협정 비준 동의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간다.
일본헌법 제61조에 의하면 중의원(하원)을 통과하여 참의원에 이송되어 온 조약 비준 동의안이 참의원에서 30일 이내에 의결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중의원 결의만으로 국회의 승인을 얻은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되어 있어 (소위 자연승인) 참의원서의 심의는 한·일 조약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일본의 한·일 비준국회는 중의원에서 보다 오히려 참의원에서 본래의 모습이 부각될 것 같다.
중의원에서는 이번 임시국회의 회기(12월13일 까지)를 연장하지 않는다는 전제아래 참의원서의 자연승인에 필요한 30일을 뺀 마감날인 11월 13일 까지 한·일 비준 안의 본회의 통과를 기하겠다는 자민당의 전술과 마감 날을 넘기게 하여 심의 미료로 유도하겠다는 사회당의 전술이 맞부딪친, 말하자면 흥정 국회였다. 그러기에 중의원서의 심의는 전쟁이냐 평화냐는 위기감을 북돋우어 원외 대중운동과 호응, 조약성립을 저지하겠다는 사회당의 원내전술로 말미암아 조약 및 협정문 자체에 대한 실질적인 질의 응답이라기 보다 대국적인 배경에 관한 논쟁을 중심으로 비준 국회는 전개됐다.
그러나 참의원의 경우에는 이미 조약성립은 시간문제로서 기정 사실화 했으므로 흥정을 떠나 조약 및 협정문의 귀절 하나 하나를 캐어물어 정부·자민당을 궁지에 몰아넣는 방향으로 야당은 비준국회를 유도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오히려 참의원에서 조약집행에 따른 한·일 양국 정부간의 해석차가 구체적으로 드러나 한국에 적잖은 파문을 번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참의원 사회당이 중의원 사회당과는 달리 특별위원회 설치에 반대했던 것은 안건을 각 관계위원회에 분산시켜 철저한 심의를 펼치겠다는 전술상의 요청에서였다.
지난 13일 참의원 본회의 개최가 중종의장(자민)의 직권으로 강행되고 이 날 특별위 설치 의결이 역시 강행된 이래 참의원의 기능이 마비상태에 빠지고 있는 것은 특위서의 심의에 있어 한·일 안건을 이에 부수한 국내 삼법과 더불어 일괄상정, 심의하자는 자민당 입장에 맞서 사회당이 조약·협정문과 국내 삼법을 분리하여 상정하자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당이 분리상정을 고집하고 있는 데에는 조약비준안 및 예산안과는 달리 일반 국내법안에 대해서는 자연승인의 규정이 없으므로 관계 국내 삼법을 회기내 심의 미료로 폐기시키자는 복선이 깔려 있다.
국내 삼법은 "어업에 관한 수역의 설정에 관한 법률안" "대한민국 등의 재산권에 대한 조치에 관한 법률안" "출입국관리 특별법률안" 등 조약·협정문의 대내적 집행을 뒷받침하는 보완법안이므로 이 법률안들이 행여 폐기될 경우는 조약위반이라는 한국측의 항의와 더불어 일대혼란을 빚어내게 된다. 그러므로 만약 자민당의 대야 흥정의 결과 분리심의에 응할 경우에는 12월 13일 까지의 회기가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한·일 비준안은 지난 12일 참의원으로 이송되었으므로 자연승인의 날은 12월 11일이 된다. 그러나 비준안은 자연승인의 형식으로는 성립되지 않고 자연승인의 직전 의결형식으로 성립될 것 같다. 사회당은 반대투표를 던지고…. 왜냐하면 기왕 성립될 바에는 참의원 무용론이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자연승인과 같은 사태를 여·야 의원 모두가 애써 피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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