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단체, 사이버전에선 이미 승리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등 사이버스페이스(가상공간)상에선 테러단체가 이미 정보기관을 누른 것으로 보인다.

테러분자들은 해독이 불가능한 암호화 소프트웨어로 교신하고 테러에 필요한 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웹사이트를 개설했으며 테러목표를 찾기 위해 미 정부 네트워크를 수시로 해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 연방기관들은 테러분자들과 비호국을 감시하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컴퓨터에 쏟아붓고 있지만 낡은 기술과 정보의 홍수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19일 정보.보안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국가간 통신속도가 나노(10억분의 1) 속도만큼 빠른 인터넷 시대에 테러단체들이 사이버스페이스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안보협의회(NSC) 회원인 제프리 헝커 등 전문가들은 미 정보기관들이 시간적으로 동결돼 있다며 미 최대 첩보기관인 국가안보국(NSA)을 대표적 실례로 들었다.

1952년 창설된 NSA는 첩보위성을 운영하고 미 본토 밖의 라디오.마이크로웨이브,텔레비전, 전화, 인터넷 시그널 등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한다.

NSA는 그동안 수십개 국가의 비밀암호를 해독하는 등 기술적 성과를 올렸음에도 미국의 적들보다 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스튜어트 베이커 전 NSA 간부는 "NSA의 내부 권력싸움 때문에 다른 정보기관들보다도 변화에 매우 저항적"이라고 지적했다.

NSA는 컴퓨터망과 암호해독장치 교체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NSA의 비대한 조직과 관료주의로 인해 가공할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NSA는 작년 한때 노후한 정보연결 소프트웨어의 과부하로 모든 컴퓨터시스템이 사흘간 작동을 멈춘 적이 있는데 마이클 헤이든 NSA국장은 이를 `뇌사상태''에 빠진것에 비유했다. 네트워크가 복구될 때까지 기밀이 유출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또다른 문제는 종신고용제와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 등이 우수한 기술전문가들의 NSA 근무를 기피토록 하고 있다.

NSA 예산이 지난 10년간 3분의1가량 삭감되자 책임자들은 신규채용을 동결하고 새 장비 구입을 보류시키는 등 자리보전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커는 "NSA 예산이 연구와 기술보다 사람을 보전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LA 타임스는 이런 이유들로 인해 NSA가 광섬유통신, 소프트웨어 암호화, 인터넷지원, 정보 처리 등의 분야에서 시대에 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테러참사에 연루된 테러분자들이 인터넷을 사용했다는 증거는 미국이 전자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며 행정부가 사이버 보안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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