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1시 수도의 정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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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해에 대전시가>
대전의 식구는 30만, 서울은 한해 그 대전의 식구만큼 늘어난다. 그만한 사람이 같은 곳에서 한꺼번에 기차편으로 들어온다면 정원 80명의 3등객차로 3천7백50량, 열량씩 연결한 임시열차로 대전∼서울역간을 하루 4회씩 운행한다면 몸만 옮기는데도 자그마치 석달이 걸린다.
지난 10년간의 서울의 인구증가율은 연11·8%, 3백50만의 11·8%는 41만3천명. 시당국은 연상주 인구증가를 20∼26만정도로 잡고있지만 얕잡아도 연30만명씩은 증가한다고 보는 측이 많다.
1426년에 10만3천명이 살던 옛서울 한양은 1910년에 23만8천명이 되었다. 4백84년 동안 기껏 13만5천명이 불었지만 오늘의 [서울]은 20년간 2백60만명이 늘어났다. 해방과 6·25의 덕으로, 그러나 그보다도 큰 원인은 정책의 빈곤-.

<수용량 훨씬 넘어>
서울이 현대도시로서 처음 계획을 세우기는 1936년 인구 64만 때의 일, 그때 30년 후인 올해의 인구를 1백10만으로 어림했다. 그러나 지금의 서울은 3백50만, 무려 3배나 넘쳐있다. 그 뒤 몇번인가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수정도 했다. 해방후 서울의 넓이를 곱(8천만평)으로 늘리고 최대인구를 2백만으로 고쳤다.
상주인구 1백50만 때의 일이었다. 그 2백만선은 59년에 뚫어지고 말았다. 63년에는 [영구정원]을 5백만으로 굳혀버리자는 20년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대로 나가다간 계획연도인 80년엔 8백만명선을 돌파할거고 5백만명선은 70년도에 닥칠 거라는 관계자들의 걱정.

<밀도는 기준3배>
오늘의 서울엔 몇 명이 살면 가장 알맞을까. 도시계획당국은 계획상의 [서울의 울타리]를 옛서울인 4천만평으로 잡는다고 했다.
신편입지구는 말이 서울이지 진짜 서울로서의 도시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 그 울타리 안의 인구밀도(약3천평)는 종로가 3백60, 중구 3백6명이지만 도동·만리동·신공덕동 등 밀집지대는 9백20∼1천명으로 도시의 최고적정선 2백명보다 3백 이상된다. 가장 표준에 가까운 곳은 청파동의 2백74명. 이곳은 과거 일인들의 주택계획지구였던 덕분이다.

<도로도 어림없고>
전체면적과 노폭을 견주어본 도로율로 따져봐도 그와 비슷한 이론. 최근 측정한 종로와 중구의 도로율은 9%와 16%,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길이 넓다는 곳. 그밖의 변두리는 아예 길이 없는 곳도 많아 전체율은 어림잡아 7,8%. 이 숫자도 외국처럼 6미터 폭 이상도로만 친 것이 아니라 [원웨이]인 4미터폭까지 합친 것이다. [런던]과 [파리]는 26∼30%, [워싱턴]은 43%, 서울의 길은 건전도시의 기준율 26%의 3분의1도 못된다.

<집다운 집 20만동>
가장 두드러진 얘기론 주택문제. 서울에는 63만가구가 있지만 그중 반수가 넘는 32만가구 1백60여만명엔 제집이 없다. 62년 서울대공대 김형걸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서울엔 주택다운 주택이 17만5천3백동 밖에 없다는 것. 63년도 가옥세부과대상도 6평짜리까지 넣어 18만여동뿐, 넉넉잡아도 [살만한 집]은 20만채를 넘지 못하니 역시 정원초과는 3분의2선.

<취업율 형편없어>
시당국은 상수도급수인구를 9월말 현재 2백39만명, 전체인구의 68%로 보고 있다. 그러나 1일1인당 소비량은 1백50리터, 외국의 4백∼5백리터에 견주면 3분의1도 못된다.
취업도 마찬가지. 서울엔 64년말 현재 76만4천여명, 전체시민의 22%가 직업을 갖고있다. 그러나 취업조건이 수준이하가 많아 어떤 학자는 취업율 절반 가량으로 낮추기도 한다. 건전도시 취업율 기준 45%에 비하면 형편없는 숫자이다.

<인구집중방지 시급>
대한국토계획학회장 주원씨는 [오늘의 정원]을 1백30만명 정도로 잡고 있다. 도시문제연구가들 중엔 1백10만명으로 보는 이도 있다. 어쨌든 서울은 약2백여만의 군식구를 거느리고있고 또 그 군식구는 은행이자처럼 복리로 늘어난다.
올해 대전시 정도가 늘어나면 내년에는 광주시, 내후년에는 인천시인구만큼 불어난다는 것.
서울의 인구증가방지책은 많다. 군사시설과 학교·관청 등 공공시설을 분산시키고 공업단지와 주택단지를 먼 곳에 묶어두자는 등 당국이 마련한 안만도 20여가지. 그러나 한 도시문제학자는 그러한 갖가지 방안도 결과적으론 도시권의 팽창만 도울 뿐, 근본적인 처방은 못된다고 했다. 그 보단 지방도시를 개발하여 서울로 오는 유휴인구를 그곳에서 막아야 된다는 것.
이대로 두면 서울은 폭발하니까. <찬> [컷·주원·국토계획학회장]
차회 [정오의 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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