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변의 「크렘린」|공개된 소 수뇌들 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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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련의 정치는 공식적으로는 「모스크바」 시내의 육중한 「크렘린」궁에서만 계획되고 집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따뜻한 흑해 피한·피서지 「피춘다」에 있는 최고권력 삼두의 별장에서도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처음으로 극소수 서방 기자에도 공개된 이 별장은 애당초가 사람의 눈을 피하자는 곳인 만큼 밖에서 얼핏보기엔 이 별장을 둘러싸는 9「피트」 높이의 「시멘트」 벽과 육중한 철문 앞의 입초 경관 외에는 아무런 두드러진 데가 없다.
외국 고위 관리 외에는 기자들에게도 여간해서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이 별장 문을 들어서면 「카키」복의 관리가 엄숙한 경례를 붙인다. 차를 몰고 한 5분간 달리면 빙하시대 것이라는 거대한 소나무 숲이 나서고 그것을 지나면 「코시긴」 수상·「브레즈네프」당 제1 서기장·「미코얀」 국가 원수가 각각 거처하는 세 채의 별장이 있다.
이 피한지 「피춘다」를 지나 북쪽에서 굽어보는 「코카사스」 그 산맥 위에는 언제나 눈이 쌓여 퍽 아름다운 배경을 이루고 있지만 별장의 지상에는 사람을 누르는 듯한 관료적인 분위기가 농후하다.
별장 안의 모든 나무에는 조그만 금속 패말이 붙어 거기엔 일일이 번호가 기입되어 있는 정도니까.
이 세개의 별장은 소련의 삼두 집단 지도 체제와도 어울리게 그 크기와 「디자인」도 거의 같다.
「코시긴」과 「브레즈네프」의 별장 사이에는 거대한 유리로 싸인, 한 겨울에도 더운물의 수영「풀」이 있다.
날씨라도 좋으면 이 유리벽은 「아코디언」처럼 열린다. 이 「풀」위 「데러스」에서는 지난주 「코시긴」과 「뮈르빌」 불 외상이 회담하고, 그 아래서는 두 사람의 부인이 수영을 즐겼다. 삼두 권력자들이 이 별장에서 쉴 때에는 극히 「부르좌」적인 휴양을 즐긴다. 온수 수영, 뱃놀이, TV를 통한 미개봉 영화 관람, 낚시질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옥내의 오락을 만끽한다. 온화한 기후에다 광물성 소금물의 흑해변의 이 별장은 생리적으로는 몸에 더할 수 없이 좋지만 정치적으로는 그 효험이 다소 의심되는 점도 없지 않다. 실각한 「흐루시초프」가 「팬츠」와 화려한 「스포츠·샤쓰」를 입고 「발레우스키」 불 원자력상과 환담 중 『정치 지도자는 자의로 권력을 내어놓아서는 안 된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던 곳도 바로 1년여 전의 이곳이었다. 이 말을 한지 몇 분 후 그는 「모스크바」의 당 중앙위로 달려가야 했고,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최고 권력의 좌에서의 해임 통고였다. 그후의 이 별장의 주인은 「코시긴」과 「브레즈네프」로 명의가 변경되었던 것이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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