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학구 조정 갈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강릉교육청이 오는 9월 교동 택지개발지구 내 경포초교 개교를 앞두고 결정한 학구 조정에 대해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날로 늘어나고 있는 택지 지역의 초등학생을 수용하기 위해 오는 9월 기존 율곡초교(2000년 3월 개교)에서 불과 3백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경포초교를 새로 열기로 한데서 비롯됐다.

강릉교육청은 주민대표와 학교대표 등 39명으로 학구 조정위원회를 구성,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 토의를 거쳐 투표를 통해 주공 1차 아파트 위쪽 도로를 중심으로 북쪽은 율곡초교에,남쪽은 경포초교 학구에 편입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이 공청회를 열지 않는 등 비공개로 이뤄져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학부모 반발=주공 1차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이 가장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1천1백19가구 규모로 택지 내 최대 규모인 이 아파트는 학구 조정으로 전학해야 할 초교생이 4백15명으로 가장 많다.

이들은 “율곡초교가 아파트에서 30m 도로 육교만 건너면 바로 있어 택지 내 10개 아파트 단지(1개 단지 미입주) 중 가장 가깝다”며 “아직 입주하지도 않은 아파트의 자녀를 이 학교에 배정하고,우리 자녀를 신설 학교로 전학시키려는 강릉교육청의 결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 9일 ‘학구 조정 철회’를 요구하는 7백50여명의 학부모 서명이 담긴 연명 탄원서를 강릉교육청에 제출했다.또 이날 ‘학구 재조정투쟁위원회’를 결성한 뒤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위장 전입이나 등교 거부는 물론,교육청장 퇴진운동 등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교육청 입장=반대 학부모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조정위원회의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또 39명의 조정위원 중 학부모 대표로 할애된 21명의 단지 대표도 율곡초교측에 선임을 위탁하는 등 나름대로 위원 선정에 객관성을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했다는 주장이다.

학부모들의 위장 전입(학구 위반)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강릉교육청 관계자는 “양 학교의 공동 발전과 통학 거리의 적정성 등 두가지 원칙에 입각해 조정위원들이 자율적으로 학구를 결정했다”며 “대신 경포초교에 우수 교사를 배치하는 등 다양한 학교 육성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릉=홍창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