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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에 쓰러진 여사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사랑의 질투는 밀림속의 [베트콩] 10만명보다 더 무섭다. 억센 남성들도 간담이 콩알만 해지기가 일쑤인 초연의 [메콩]강 삼각주에서 용맹무쌍한 월남 제44유격대를 진두지휘하던 불사조 [호·티·케]여사(38)는 전장아닌 사랑싸움터에서 5일 비명횡사했다.
허리에 45구경 권총 두자루를 차고 권총의 명수 [존·웨인]에 못지않은 날쌘솜씨를 자랑하던 이 미녀유격대장은 삼각주평야에서 [타이거·레이시]란 애칭으로 불리어 왔었다.
대통령부대표창을 받은 2개 지상군부대의 하나인 날랜 44유격부대를 이끌고 신출귀몰한다는 [베트콩]을 이잡듯이 쓸어 버리던 명예소령이었건만 강인한 군인정신보다 더 모질게 도사리고있는 여성본래의 사람의 독점욕이었는지도 모른다.
가슴이 쳐져 내릴만큼 수많은 훈장을 탄 역전의 이여장부소령은 어깨를 나란히 하여 진흙탕길을 행군할때 아무말없이 넘겨주는 부군인 [구엔·반·단]소령의 지휘봉을 곧잘 받아쥔 남부러워할 원앙부부의 짝이었건만 사랑엔 약한지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군침을 삼킨데 분통이 터져 그를 쏘겠다고 위협하다 튀어나온 총알에 치명상을 입고 숨을 거두었다.
2차대전직후부터 군사활동에 몸을 담고 군대밥으로 잔뼈가 굵어온 유격대장병들의 이 [큰누나]는 월맹독립운동에도 가담한 바 있는 투사로서 월맹에서 공산당정권이서자 월남으로 자유를 찾아왔던 피난민의 한사람. 조롱조롱 여섯아이들을 둔 다산의 어머니인 [케]여사의사인을 규명하기위한 조사가 진행중이라고하나 사랑이 유죄라 조사가 무슨 뾰족한 결말을 가져올 것인지? 3주전 2개 [베트콩]대대에 자기가 사랑하는 44유격부대가 꼼짝없이 일대손실을 입었던 전투가 끝났을때 슬픔을 못이겨 머리를 빡빡깎기까지했던 [호·티·케]의 죽음을 지켜보는 유격부대원과 사자의 머리가 그려진 그녀의 철모를 뜨겁게 하는 지열만이 정의에 살고 사랑에 죽은 [케]여사의 비밀을 아는 듯 했다.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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