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미 성금'…"중동국가 신경 쓰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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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이 중동국가들과 얽힌 사업관계 때문에 미국 테러 참사 성금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현지 판매법인이 지난 13일 30만달러를 미 적십자사에 낸 이후 LG.삼성 등 다른 대기업의 현지 법인도 이를 검토하고 있으나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중동지역 국가와 거래가 많은 일부 기업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미국에 성금을 낸다 하더라도 중동국가들과의 사업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삼성.LG 등 대기업 관계자들은 "미국의 보복공격 형태에 따라서는 중동의 친미국가들도 반발할 우려가 있어 성금을 내는 문제가 상당히 조심스럽다" 고 말했다.

삼성 등의 경우 미주 법인에서 직원들이 헌혈은 하기로 결정했으나 성금문제는 더 검토 중이다. 이미 성금을 낸 대기업들도 "이번 성금이 미 현지 법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 본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고 강조하고 있다.

성금액수도 문제. 성의만 표시할 경우 미국 내 대기업의 성금액과 비교해 너무 적어 오히려 '역효과' 를 낼 수도 있고, 그렇다고 넉넉하게 낼 경우 국내에서 내오던 성금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테러사태 후 미 제너럴 일렉트릭(GE)은 1천만달러, 시스코가 4백만달러의 성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렬 기자 young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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