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테러]사건 수사는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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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언론인들에 대한 심야[테러]사건의 수사는 시일이 갈수록 점점 깊숙한 안개속에 파묻혀 버리고만 있는 것 같다. 이 놀라운 사건이 발생되자 일반국민들이나 야당은 더말할것도 없고, 정부나 여당도 문제의 중대성을 지적하고 한결같이 조속한 범인의 색출을 촉구하는 소리룰 높였던 것이다. 뿐만아니라 대통령까지도 범인이 여하한 자임을 불구하고 가차없이 이를 체포, 처벌할 것을 지시한바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도록 아직도 사건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은채 수사는 원점에서 맴돌고 있으니 우리는 다시한번 수사당국의 일대분발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원래 하나의 흉악범을 수사하는데 검·군·경의 일대합동수사까지 하지 않으면 아니되었다는 것도 기이한 일이거니와 합동수사만하면 즉시라도 범인들의 체포가 가능할 것 같이 주장되던 것이, 어찌하여 이렇게 의연 수사에 난관을 보이고 있는 것인지 우리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하겠다. 김·우 두사병만 월남에서 소환해오면 문제는 즉석에서 해결될 것같이 논의되어 오던 것이, 그들이 귀국하여 조사를 받기시작한지 이미 여러날이 되었으나 여전히 사건의 정체는 오리무중에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도대체 어떻게 된 셈인가.
농후한 혐의의 대상이었던 김상병은 일시 [알리바이]가 성립되었다는 보도가 있는가하면, 또 그[알리바이]는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이 폭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가하면 또 합동수사본부장은 지난 3일 오전 "김상병의 [알리바이]가 깨졌다하더라도 현단계로서는 직접증거인 [지프]차와 TNT의 출처등이 밝혀지지 않고있어 김상병이 바로 범인임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언명했다고 한다. 이렇게되면 사건의 수사는 이순간까지 하등의 진전도 없다는 것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상식에 의하면 [알리바이]의 조작이 폭로되었다는 것은 사건해결을 위한 중대단서가 잡혔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프]차와 TNT는 여전히 수사상의 난점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사실인 모양이다. 물론 민주국가에서 무고한 범인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최대한의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데는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우유부단과 고의준순으로 시일을 보내는 일이 있다면 이것은 신중과 완전히 구별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사건은 단순한 [테러]사건이 아니라 일종의 정치성을 띤 파괴적 행동이라고 하는데 국민들의 의견은 대체로 일치하고 있는 것 같다. 이래서 공화당 간부인사들도 사건의 정체를 백일하에 규명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수치스러운 억측이 집중되는 것을 회피해야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 사건에 한해서는 이다지도 수사상의 난관이라는 것이 많은 것인지 이해하기가 곤란하다. [자유센터]의 흉악범들은 불과 2, 3일만에 체포하는 공적을 세운 우리나라 수사기관이 그보다도 한층 대규모적인 언론인 [테러]범들은 아무리 시간이 가도 단서조차 못잡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대통령까지 누차 범인체포를 엄명했음에도 우리 수사기관이 좋은 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딱한 일이다. 설사 이 사건이 영구히 암흑속으로 사라지고 만다면 우리수사기관들은 그 무능을 자인해야 할 것이며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치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조속히 좋은 수사결과를 보여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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