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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굴복 … “영국에 세금 더 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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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스타벅스가 굴복했다. 영국에서 세금을 더 낼 뜻을 밝혔다. 재정위기 시대 글로벌 기업과 정부의 세금전쟁에서 처음으로 승부가 드러났다. 스타벅스는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가 영국에서 취한 세금 전략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은 “스타벅스가 글로벌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현지 정부와의 세금전쟁에서 후퇴할 뜻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스타벅스는 물론 구글·아마존 등은 영국에서 수억~수십억 파운드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고도 쥐꼬리만큼 법인세를 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영국은 1980년대 이후 규제완화·세금감면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친 나라였다. 스타벅스는 영국에서 최근 3년간 매출 4억 파운드(약 7000억원)를 올렸지만 법인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같은 기간 아마존의 영국 매출은 71억 파운드였다. 반면 법인세는 230만 파운드에 그쳤다. 구글은 25억 파운드를 벌고도 600만 파운드 세금을 냈 다.

 스타벅스 등은 영국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네덜란드·아일랜드 등에 유럽 총괄법인을 세웠다. 그러곤 영국 법인이 올린 순익의 대부분을 로열티·컨설팅 비용 등 명목으로 총괄법인에 송금시켰다. 세율이 높은 나라에서의 순익을 줄이고, 낮은 나라의 순익을 늘려 절세하는 ‘세금 아비트라지(Tax Arbitrage)’다. 로이터통신은 “세금 아비트라지는 글로벌 기업들의 오랜 관행”이라며 “영국뿐 아니라 프랑스·호주 등도 순이익을 줄여 법인세를 줄이는 지역”이라고 전했다. 이들 나라는 이제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세금 아비트러지는 묵인됐다.

 그러나 영국을 필두로 각국 정부의 태도가 변했다. 재정위기 탓도 크다. 영국 의회는 지난달 세금 청문회를 열어 스타벅스·구글·아마존 현지법인 대표들을 닦달했다. 프랑스는 아마존이 자국에 설치한 법인에 2억 유로(약 2800억원)짜리 법인세 고지서를 발부했다. 호주 정부도 “글로벌 기업의 꼼수에 맞서 많은 세금을 물리겠다”고 2일 발표했다. 1980년 이후 30여 년 이어진 감세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증세의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우파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선진 7개국(G7)이 협력해 글로벌 기업의 세테크(절세 꼼수)를 막아야 한다”고 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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