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애매한 화법에 문재인 지지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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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3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시민과의 콘서트’가 끝난 뒤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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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안개 국면이 만들어졌다.

 대통령 후보직 사퇴 후 잠행을 계속하던 안철수씨가 3일 캠프 해단식을 통해 밝힌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원 메시지가 예상을 깬 ‘소극적 지지 표명’이었기 때문이다. 안씨의 이날 발언 수위는 문 후보 측이 원했던 ‘적극적 지지 표명’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대세다. 향후 구체적인 지원 방안도 빠져 있어 안씨 사퇴 후 ‘신(新)부동층’으로 등장했던 무당파·중도층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하기 어렵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장은 문 후보 지지세를 확장시키는 반전 카드가 되기엔 동력이 부족하지 않으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당초 ‘안철수의 힘’은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무당파·중도층에서 나온 것이다. 중앙일보의 정례 여론조사(2000명 대상·11월 30일∼12월 1일)에 따르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48.1%)는 문 후보(37.8%)를 10.3%포인트 차이로 앞선 상태다. 안씨 지지층(547명)은 박 후보 지지(23.7%), 문 후보 지지(54.8%), 무응답 (15.5%)으로 갈렸다. 안씨 사퇴 후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15.5%는 여론조사 대상자 전체의 4.24%에 해당한다. 안씨의 독려에 따라 이들이 문 후보로 이동할 경우 박 후보와 문 후보의 표차는 6.1%포인트 차이로 줄어든다.

 S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TNS에 의뢰해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전국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일 공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5%포인트) 결과 지지도는 박 후보 46.0%, 문 후보 37.8%로 박 후보가 오차범위를 넘어서 앞섰으나 안씨가 직접 문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원할 경우 누구를 지지할 건지 다시 묻자 박 후보 45.8%, 문 후보 43.3%로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한겨레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같은 기간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박 후보 44.9%, 문 후보 40.9%이던 지지율이 안씨가 문 후보를 도울 경우엔 문 후보 47.7%, 박 후보 43.1%로 역전됐다.

 하지만 이날 안씨는 지난달 23일 사퇴선언 때의 “단일후보인 문 후보를 성원해달라고 말씀드렸다”를 다시 인용하는 수준에서 지지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이들이 문 후보 지지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작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안씨의 3일 회견은 적극 지원 의사를 표명하리라던 야권 지지층의 기대감을 채우기엔 미흡했다”며 “따라서 실제 안씨 지지층의 문 후보로의 이동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안씨가 대선 정국에서 자신은 ‘문재인+α’가 아님을 강조하며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며 “당장 지지율에 별 도움을 줄 것 같지 않다”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변수는 남아 있다. 4일 대통령 후보 TV토론이 남아 있는 데다 안씨가 자기 스타일대로 깜짝 지원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다음주에라도 방송 찬조연설, SNS 공간에서의 지지 선언, 지지 표명 편지 전달 등 ‘안철수 스타일’의 문 후보 지원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다음주 13∼14일 예정된 108만여 명의 부재자투표 이전을 안씨의 등장 시한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안씨의 해단식 발언은 미완이었던 단일화를 완성시키는 수준이 아니었다”며 “안씨가 문 후보 지지를 다시 한번 밝힌다면 문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안씨에게 기댔던 지지층의 기대감이 충족되지 못하면서 오히려 문 후보에 대한 소극적 관심층을 주저앉히는 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향후 여론조사 지지율은 ‘안철수 효과’보다는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진검승부’에 더 영향을 받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낸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안철수 현상’으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 혁신에 대한 기대감과 ‘대선 후보 안철수’에 대한 평가는 달랐다”며 “결국 대선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변수는 안씨가 아니라 두 후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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