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에 사이버테러 공포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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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이 사이버 테러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17일 미국의 컴퓨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발생한 세계무역센터와 국방부 건물(펜타콘)에 대한 테러 이후 미국 기업들은 테러의 다음 목표는 온라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면서 자사의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지키기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

피닉스에 본사를 둔 컴퓨터 네트워크 회사인 캘런스사의 보안담당 책임자인 조엘 포거씨는 "이번 테러사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사이버 테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테러사태 이후 기업들이 방화벽, 침입탐지시스템 등을 업그레이드하는 바람에50% 가량 일감이 늘었다"고 말했다.

포거씨는 "전자적인 공격은 굳이 미국 땅해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훨씬쉽다. 온라인 통신은 오프라인에 비해 훨신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주요 금융기관들은 한 사무실의 시스템이 해킹에 의해 뚫리더라도 전체 시스템에 손상을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국적인 컴퓨터 전산망을 5개 지역별 네트워크로 분리해줄 것을 요청해오고 있다고 폴거씨는 전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쿠퍼티노사의 기술담당 이사인 브루스 슈나이어씨는 "많은 고객들이 자사의 네트워크를 수시로 점검해달라고 요청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있는 정보보안 컨설팅 회사인 파운드스톤사는 이번 테러사태로 세계무역센터에 있는 사무실을 잃었지만 오히려 일때문에 더욱 바빠졌다.

이 회사 사장인 조지 쿠루츠씨는 "고객들이 자사의 주변을 둘러보고 네트워크에 대한 안전장치가 제대로 돼있는지를 점검해달라"고 요청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테러에 대한 우려로 인해 기업들은 컴퓨터 네트워크 등 `하이테크''(high-tech) 대신 종이, 팩스 등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인 1980년대의 `로테크''(low-tech)로 돌아가고 있다.

한 반도체 칩 제조회사는 부품 공급 협력업체들과 연결된 회사의 인터넷 시스템의 작동을 협력업체들의 보안이 안전하다고 확인될 때까지 당분간 중단시키기로 결정했다. 또한 일부 회사들은 회사의 네트워크로 들어오는 e-메일을 차단했다.

이번 테러사태 이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기업들도도 컴퓨터 보안의 중요성에 대해 경영진들이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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