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김태원]중국 내 탈북자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우리의 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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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중국정부의 탈북자 강제 송환은 잠시 탈북자에 대해 잊고 있던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연예인을 비롯한 사회 각계의 인사들은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일부 국회의원들은 단식시위를 벌이는 등 중국 정부의 행위에 대해 강렬히 항의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서의 대한민국의 영토에 대한 규정, 대법원 판례와 국적법 제 2조를 통해서 보았을 때 북한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라 볼 수 있다.또 이런 법적 지위뿐 아니라 정서적 측면에서도 우리 국민은 북한주민과 한 민족이라는 의식이 강하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는 탈북자 문제가 우리와 상관없는 문제라 생각하지 않고, 탈북자들의 인권을 생각하며 이 문제에 한국 정부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관심을 갖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내의 탈북자 문제 해법에 대한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북한 인권법 등을 통과시키고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의 시위, 국제법상의 논쟁을 통해 중국 정부로 하여금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게끔 하여 국제적으로 중국과 북한을 압박하는 방법, 두 번째는 중국을 국제적으로 압박하기 보다는 이명박 정부 들어 많이 틀어진 한중관계를 다시 우호적으로 복구하며 김하중 주중대사 시절처럼 탈북자 문제에 대한 한국의 개입을 묵인하게끔 하는 방법이 있다.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명분과 실리 측면에서 일리가 있지만 동시에 사용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이냐를 따져 탈북자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효율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중국 내 탈북자에 대한 시각을 읽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2012년 7월 “현대국제관계”에 실린 중국사회과학원 소속 연구원인 퍄오쩬이(朴健一), 리쯔페이(李志斐) 의 ≪북한 탈북자 문제의 국제화 및 그 영향≫은 중국 내 동북아 전문가들의 탈북자 문제에 대한 시각을 잘 보여준다. 이들의 연구 분야는 국제법이 아니기에 이들은 이 글에서 국제법상 탈북자들이 난민의 지위를 획득할 수 없는 이유보다는 탈북자가 이미 난민이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탈북자 문제를 다루고 있다. 탈북자가 난민이 아니라면 탈북자 문제 자체가 국제적 이슈보다는 북, 중간의 문제로 다뤄진다는 것인데, 두 연구원은 북, 중 문제에 불과한 탈북자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는 것에 대해 이가 동북아 안보에 미칠 영향과 그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다.

먼저 글에서 이들은 탈북자 문제 발생 시기를 90년대로 온건한 중국정부와 우발적 탈북자의 시기, 90년대부터 2000년 초반으로 범죄형 탈북자와 강경한 중국정부의 시기, 90년대 말부터 탈북자 문제가 타 국가 혹은 비정부기구의 개입으로 인해 국제 이슈가 된 시기 등의 세 단계로 나누고 있다. 그들은 글에서 세 번째 단계가 시작되게 한 주요 국가들로 한국, 미국, 일본을 꼽았는데, 이미 탈북자 문제가 내정문제라 생각하는 중국 학자들의 한, 미, 일의 탈북자 문제 개입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두 연구원은 이어서 탈북자 문제의 국제화 현황에 대해 서술하며 이는 동북아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탈북자 문제의 국제화는 한국과 북한의 관계를 약화시키고 있으며, 중국과 미국 일본 등 동북아 대국간의 관계의 부정적 영향을 끼쳐 북핵 문제 등 다른 중요한 이슈 해결을 늦추고, 국제적 관심을 받은 탈북자들이 선례를 바탕으로 대사관이나 영사관등에 무단 침입하는 현상을 만들어 직접적 관계 악화를 불러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두 연구원은 결론에서 중국 정부가 12년 3월 12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한 발언을 바탕으로 중국은 국내법과 국제법 그리고 인도주의 원칙에 의거해 탈북자를 처리할 것이라고 하며 중국 정부는 탈북자 문제가 국제화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중국에게 있어 탈북자 문제는 직접적으로 국내 사회 문제와 관련이 없으며, 댜오위다오 같은 영토나 주권의 침해가 발생하는 국제적인 문제 또한 아니다. 단지 중국이 북한에 접경하는 것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이며, 이슈 자체의 부정적 측면이 너무 크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자세보다는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국제적 관계 또는 국내 사회 문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덮고 가려는 것 같다. 즉 이러한 중국의 사고를 고려한다면 타 국가가 이 문제를 국제적인 문제라고 주장하며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중국의 입장에 있어 우리 정부는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필자는 더 많은 탈북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우리 정부는 위의 언급한 방안 중 두 번째 방안인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회복에 노력하는 동시에 그들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장기적 차원의 민간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제 사회를 동원해 중국을 압박하고, 게다가 압박의 주된 이유가 인권이라면 명분은 서지만 중국 국내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내정간섭이라며 강력하게 나오는 중국을 볼 때 인권이라는 민감한 이슈의 압박은 강대국간의 힘겨루기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즉 탈북자의 생명권을 비롯한 인권의 보장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의 측면에서, 보장되기는커녕 탈북자들 입장에서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결과 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에게 타국가의 성명이나 국내법에 북한인권법 등을 상정하는 등의 불필요한 제스처는 지양해야 한다.

이렇게 중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함과 동시에 긴밀한 외교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회복을 꾀하고 이 문제에 대한 중국정부의 침묵을 유도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중국 정부가 탈북자 문제를 좀 더 전략적으로 바라보게끔 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게 있어 탈북자 문제가 가지는 의의를 단지 북한과의 기존관계 유지나 국내 인권탄압에 잠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라 그들이 국제 사회에서 또 다른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 전략적 이슈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이러한 시각을 갖고 좀 더 적극적인 실리를 취하려는 자세를 가질 때 그들의 협상 자세는 좀 더 유연해질 것이다.

강대국이 힘겨루기 및 중국 정부 압박용으로 이용하는 이슈라는 오명을 벗고 중국정부가 좀 더 주도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본 후에 타국정부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개입 안 한 시민단체나 비정부기구를 통해 탈북자들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여기서의 지원은 국경과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초월해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 때 비로소 탈북자 문제해결을 위한 진정한 국제적 공조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중국 측 입장만을 고려한다면 그들에게 끌려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 말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인도주의라고 생각한다. 다시 북한에 송환되어 수용소에 끌려가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될 탈북자들을 생각했을 때 호의호식하는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공세로 사용되곤 하는 이름뿐인 북한인권법 상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중국 눈치를 보며 주도권을 내준다 할지라도 탈북자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다면, 적어도 탈북자 문제에 있어서 두 보 전진을 위한 한 보 후퇴는 필요하다.

SINOPEDIA
북경대학교 정부관리학원 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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