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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수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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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최근 말썽 많은 위수령을 다시 위수법으로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위수령이 과연 합헌적인 것인가에 관하여는 이미 금년 여름에 정치적·법률적인 면에서 심각히 논의된 바 있었다. 위수령이 발표되었을 때 야당 측에서는 이 법령이 모법을 결여하고 있다는 이유로 즉각적인 폐기를 주장하였고, 정부는 국군조직법이 바로 그 모법이 되는 것이라고 하여 그 합헌성을 강조한 바 있었다.
이번에 정부가 위수령을 위수법으로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유를 내걸고있는 듯 하나 결국은 그것이 위헌적인 것이라는 인상을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되기도 한다.
정부당국자는 말하기를『현행 계엄법 아래서의 비상계엄사령관의 권한은 너무 방대하여 행정과 사법사무의 원활을 기할 수 없다』느니 또 『만약 위수법이 제정되면 계엄법 제6조와 같이 불가피한 경우, 그 지방을 관할하는 군사책임자가 계엄을 선포하고 대통령의 사후승인을 받는 조항은 필요없는 것이며, 그 지방장관의 요청으로 위수군대로 치안을 확보하면서 필요한때 대통령의 계엄선포를 요청할 수 있다』는 등을 주장하고 있다.
전번의 위수령발동이 정당한 것이냐의 여부는 별문제로 하고 위수령이라는 법령자체가 신중한 검토를 요한다는 것은 확실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부가 그것을 계엄법으로 제정하려는 눈치를 보이는 것은 그들이 내거는 이유와는 별도로 일단 수긍이 안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위수령이니 위수법이니 하는 것이 과연 절대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냐 여부에 관해서 근본적으로 의혹을 씻어 버릴 수가 없다.
위수령이니 계엄령이니 하는 것은 참으로 국가의 존립이 위기에 빠진 필요 불가결한 경우에 한하여 선포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와 같은 전제적 사실이 없는 경우에도 이것이 선포된 예가 전연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위수법의 제정이 위수령의 발동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이것은 다시 한번 신중한 연구를 요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 것이다.
계엄령 자체조차 헌법에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나라가 허다하다. 다시 말하면 헌법에 따라서는 국가원수에게 계엄령의 선포의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는 것조차 있다는 것이다. 그토록 계엄령의 선포는 중대한 것이며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아니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계엄법과 대동소이한 위수법을 다시 제정하여 그 발동을 용이하게 하려는 것은 합리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 의심스러운 바 있다.
우리나라가 공산적군을 눈앞에 두고 있어 항상 치안문제에 전력을 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이를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 헌법이 대통령에게 계엄선포의 특권을 부여하고 이에 부수하는 계엄법을 구비하고 있다는 것은 정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이상 위수법의 제정이 필수적인 것인가에 관해서는 역시 경솔한 판단을 내릴 수가 없을 것 같다.
위수령 또는 위수법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일개 지방장관이 위수군대의 출동을 요청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계엄에 준 하는 사태를 야기 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일국의 원수조차 쉽사리 야기 시켜서는 아니 될 사태를 일개지방장관이 거침없이 야기 시킬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자칫하면 오히려 국가의 안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정부당국의 깊은 연구가 있기를 요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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