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초반 열세 … ‘감동’ 없는 단일화에 프레임 세팅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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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오른쪽)와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뒤 손을 잡고 있다. [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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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로 전체 선거운동 기간(23일)의 4분의 1이 지났다. 초반 선거전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다소 밀리고 있음이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중앙일보의 24일 정례 여론조사(12차)에선 두 후보의 지지율은 46.6%(박 후보) 대 41.1%(문 후보)로 5.5%포인트 격차였다. 그러나 지난달 30일~12월 1일 전국의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본지 정례 조사(13차)에서 박 후보가 48.1%, 문 후보가 37.8%의 지지율을 보였다. 일주일 동안 격차가 오차범위 바깥인 10.3%포인트로 벌어진 것이다. 다른 기관의 조사도 비슷한 흐름이다. 왜 그런 걸까.

 ①1+1<2=역시 단일화 실패가 원인으로 꼽힌다. 안철수씨가 지난달 16일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야권 단일후보 타이틀은 문 후보에게 돌아갔지만 시너지 효과를 얻지 못했다. 둘 중 하나가 승부를 통해 승자로 각광받는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이다. 패자가 승자를 돕는 과정에서의 ‘감동’도 연출되지 않았다. 양쪽이 지루한 룰 싸움만 벌이다 한 명이 감정이 격화돼 대선 출마를 포기한 것 같은 상황에선 서로 다른 두 개의 지지층이 결합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안철수 지지층 중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54.8%에 그쳤다. 나머지는 박 후보를 지지(23.7%)하거나, 부동층(15.5%)에 머물고 있었다. 당초 1+1=3의 단일화를 지향했으나 실제론 1+1=1.5에 그친 상황이다. 불출마 선언 이후 안씨의 칩거가 계속되면서 문 후보가 추가 상승의 동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②컨트롤 타워 부재, 선거프레임 흔들려=문 후보 캠프 내부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문 후보 측 중앙선대위는 공동 선대위원장만 10명이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선대위의 상임·공동·특별 선대위원장을 따지면 무려 230여 명 선이다. 선대위 자체가 당(민주 캠프)·전문가 그룹(미래 캠프)·지지자 그룹(시민캠프) 등의 복층 구조로 돼 있다. 현안이 생길 때마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주재로 대응에 나서는 새누리당에 비해 비효율적이다.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탓에 이틀 만에 선거프레임을 뒤집는 일까지 벌어졌다. 유세 첫날인 지난달 27일엔 박근혜 후보와 ‘유신’의 연관성을 부각하다가 이튿날인 28일부턴 “이명박 빵점 정부의 공동책임자”라고 방향을 수정했다. 첫 유세 직후 ‘노무현 대 박정희’ 구도가 만들어지자 ‘정권 심판론’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네거티브에 대한 대응도 신속하지 못하다. 지난달 28일 오후 6시쯤 신동아는 문 후보 부인 김정숙씨가 2004년 서울 종로구 평창동 빌라를 매입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취재진 요청에 문 후보 측은 “일단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기사에 써달라”며 “이런 일은 바로 반응이 나와야 하는데…”라고 곤혹스러워했다. 우 단장의 해명은 같은 날 밤 9시30분에 나왔다. 사실 관계 확인에 3시간여가 걸린 셈이다. 전략통으로 불리는 수도권 중진의원은 “선대위원장이 10명이라는 건 사실상 없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③경직된 측근들=민주당은 지난 4·11총선 때 이른바 ‘김용민 막말’ 사건으로 피해를 본 적이 있다. 최근에도 청년비례대표 김광진 의원의 발언(백선엽은 민족반역자)으로 홍역을 치렀다. 요즘도 선대위 간부들은 조마조마하다. 노사모 출신 배우 명계남씨는 문 후보 유세장의 단골 사회자다. ‘입담’이 세 분위기를 띄우는 데 기여를 하지만 거친 언사를 토해낼 때도 많다. “내가 바라는 사람이 안 되면 술 먹고 ‘개XX다’ 하고 살면 된다”거나 “이명박을 찍은 사람들이 손모가지를 자르지 못해 후회한다”(지난달 29일 진주 중앙시장 유세)는 식이다. ‘노문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의 모임) 출신 안도현 시민캠프 선거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라디오에 출연해 “인간적으론 측은하지만 우리는 박 후보의 부모가 왜 총에 맞아 죽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이들은 이른바 문 후보에 대한 ‘로열티(충성심)’ 측면에선 다른 그룹이 따라오기 어렵다. 그러나 로열티가 강한 층에서 ‘오버’ 하는 사례도 잦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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