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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운영 원칙의 확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새해 예산안심의를 위한 국정감사가 21일부터 실시되고 있다함은 주지되어 있는 바와 같다.
국정감사에 있어서는 서정일반에 걸친 시책내용의 분석과 그 시정책의 강구도 물론 필요할 터이지만, 그 보다도 국정의 기본에 관한 보다 근본적인 평과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비근한 예로 작금의 보도를 자료 삼아보면 국가예산운영의 토대가 되는 재정정책의 기본조차 아직 자리잡히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그 하나의 예는 지난 10월1일부터 인상 실시된 통신요금수입에서 24억원을 일반회계로 수입케 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특별회계에서 잉여가 생겨서 일반회계의 적자를 메운다면 혹 모르지만, 일반회계의 세입결함을 보전하기 위하여 공공「서비스」요율을 올렸다면 이것은 특별회계설치의 취지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일반회계, 나아가서는 예산운영의 무궤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혹은 재정자금운용특회의 재원으로 기업특회의 수입을 쓴다면 이것도 지난 61년도 이후 일반재정부문과 기타 특별회계별로 재정투융자계획을 책정하여 온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며, 재정투자·재정융자 그리고 공기업투자를 명백히 구분하여온 63년도 이래의 관례를 뒤바꾸는 소이가 된다.
그 보다도 기업회계제와 독립채산제를 구가하여온 예산회계의 원칙을 어기고, 공공「서비스」요율이 지니는 공공성이나 수익자부담의 원뜻에 배치되며, 통신특회가 걸머지고 있는 차관상환을 고려에 넣는다면, 일반회계에의 전입운운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또는 장래의 투자재원의 조달을 위해서 현재의 수용자에게 그 부담마저 강요한다는 것은 일반기업의 운영원칙에서도 있을 수 없다는 관점에서 요율인상자체에도 기본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다음에「마스그레이브」교수와「네이산·그룹」의 건의를 토대로 하여 조세체계의 개편을 위한 기초작업을 구상중에 있다는 재무당국이 한편으로는 제세법의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고 있다. 이것도 사리에 닿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것은 거의 해마다 개정하여 오다시피 한 세법을 이 기회에 아주 근본적으로 체계화할 생각이 있다면, 그것이 성안될 때까지 세법개정을 보류하는 것이 세법에 대한 국민의 공신을 얻기 위해서도 타당한 태도일 것이다.
더우기 당국자 자신이 누차에 걸쳐 천명하여온 바와 같이 종래의 세수의 부진이 세법의 미비에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사세행정의 난맥에 있으며, 특히 세무공무원의 부패에 있다는 것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 되어 있다. 현년도의 세수실적의 상대적인 개선이 주로 징세의 철저에 기인된 것이라면, 적어도 내년도까지는 현 세법하에서의 사세행정의 개선에 주력하는 편이 쓸데없는 혼란을 예지할 수 있는 방도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조세체계의 확립을 위한 노력을 경시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세입의 확보만 염두에 두고 당년치기로 개정하여 온 종래의 조세정책은 거의 즉흥적 이었다고 하여도 과언일수가 없어 보이며, 제아무리 경제여건의 변동이 우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토록 조세의 원칙이 흔들릴 수는 없는 것이다. 재정정책이 확립되기 전에는 범백의 국정이 그 기반을 닦을 수 없다는 관점에서 갈팡질팡, 제멋대로의 운영을 일삼는 것 같은 최근의 정부태도를 엄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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