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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쓰레기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같은 물건도 남이 가진 것이 더 좋아 보이고, 가인은 으례 제집부엌이 아니라 옆집 안방에 도사리고 앉아 있는 법. 그러나 우리교사들의 처지는 그런 인정담으론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각박하다. 권력의 언저리에서 모는 국회의원이나 고급관리를 부러워하는 것은 반드시강원도 교사들만의 심정은 아니다. 또 교사들의 85·7%가 적자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서 적자생활이 교사들만이 지는 십자가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러나 지난번 광주에서 열린 교연대회에서 발표된 한 조사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강원도의 초·중·고교 교사들로 미루어 볼 때, 우리 교사들이 대체로 교직을 최하위의 천직으로 생각하고 불만과 우울을 마작, 내기 바둑등 도박성 오락으로 달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자신을 가리켜『쓰레기통 같은 존재』라고 잘라 대답한 교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쓰레기 통속에서 장미꽃이 피어 날 수 없다는 푸념은 민주주의 문제가 아니라 이젠 제2국민의 교육문제로 번진 셈이다.
열등의식과 자학과 극빈이라는 쓰레기 통속에서 고된 인생을 고되게 살아가는 스승들의 제자들이 민족중흥의 역군이 되기를 바랄 수 있을까. 사립국민학교와 치맛바람과「무우즙소동」의 소용돌잇속에서「스승」이란 귀한 존재가 천직으로 타락했다.「도약」과「근대화」의 질풍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나라의 교사들이 어느덧 겨레의 의식에서 사라져 가는 느낌이 있다.
그러나 멀지 않은 과거에 교직이 준재들에게 주어지는 천직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고, 전통적으로는 비록 청빈의 굴레가 씌워지긴 했지만「스승」이란 적어도 사회로부터 존경과 애호를 누리는 떳떳한 존재였다. 또 그 청빈이라는 것도 최소한도의 연명마저 위협하는 정도는 아니었고 스승이란 신분에 따르는 존경과 자부로 해서 충분히 보상될 수 있었다.
쓰레기통에서 교사와 그들의 제자들을 구해내는 길은 다음 두가지 중의 하나- 교사들의 보수를 과감하게 늘려 주거나, 그들이 잃은 자부와 사명감만이라도 되찾아 주는 것이다. 전자없이 후자가 이룩될리 없으니, 결국 같은 얘기- 나라의 스승들에게 우선 먹을 것을 주고,결국은 잘살게 해주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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