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빠지면 발표않는 한은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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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은은 언제부터 생긴 버릇인지 주요경제지표가 좀 나빠지기만 하면 가끔씩 발표를 거르는 습성이 있어 그 자세문제에 대해 말이 많다. 오래전부터 외환사정이 약화되기만 하면 일정 함구령이 내려「베일」에 가리기 일쑤였는데 요즘에는 통화량마저 좀 늘면 집계가 안되었다는 이유로 온통 쉬쉬하다가 좀 줄기만 하면 허겁지겁 발표.
최근 가장 두드러진 예로는 9월15일 통화량이 5백73억원에 이르자 집계를 핑계삼아 차일피일발표를 꺼리다 5백40억원대로 감축되자 팽창된 이유와 함께 성과(?)까지 곁들여 자랑스럽게 발표.
이따금씩 관계실무자들은 이같은 사례에 대한 항의를 받게 되면『어디, 중앙은행의 권위가 지켜집니까? 정부의 하청업자에 불과한 걸요』라고 말꼬리를 흐려버린다.
이뿐 아니라, 9·30 금리현실화 후에는 모든 발표를 정부당국이 쥐고 흔드는 바람에 조그마한 기삿거리를 캐기만 해도『제발 한은당국자란 말만은 빼주시오』라고 부탁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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