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저와 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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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영국의 황태후가 「런던」 대학의 총장의 자격으로, 「재즈」에 대한 취미와 조예가 두드러진 것으로 알려진 둘째 따님 「마」공주에게 음악박사 학위를 친히 수여했을 때 다소의 잡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교육성은 의무교육만 걱정할 뿐 학위수여는 물론, 도시대학과는 직접 관계가 없기 때문에 「마」공주 머리에 얹힌 학위 모자가 못마땅하면 대학을 원망했지 애꿎은 교육상을 나무라진 않는다.
정총리에게 박사학위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떼를 쓰고 나선 「말레이지아」의 야당의원 얘기도 한낱 「난센스」-. 문명된 나라에서 학위를 주고, 안주고 하는것은 전연 대학의 권한에 속하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한국대로의 사정이 있어서 소위 「진짜」박사와 명예박사 학위는 문교부의 승인을 얻어서 주게되어 있다. 대학만 나와서는 취직이 안돼서 대학원엘 가야하고, 보다 더 점잖은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박사가 돼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기 때문에 학위남발의 우려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학위자체의 위신이 요즘 크게 떨어졌다. 또 접시 닦기와 「오린지」 따기의 고행끝에 금의환향한 박사님들도 제대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그래서 박사가 너무 많이 쏟아졌다든가, 억지 풍월을 짓는 서당개까지 박사가 됐다고 해서 말썽이 생기진 않는다. 오히려 주어야할 학위를 주지 않았을 때 생긴다.
제출된 논문을 트집잡아서 대학이 학위수여를 거부할 때, 말썽은 기껏해서 대학 사회 속의 쑥덕공론으로 그치지만, 대학에서 주겠다는 것을 문교부가 「비토」하면 별안간에 사회문제가 돼 버린다는 데에 한국의 학위제도의 허점이 있다. 무슨 성명서에 서명했다고 해서, 사회과학도 아닌 의학박사 학위를 줄 수 없다는 것이 야속한 억지라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사실상 지난 일을 가지고 밉다고 곱다가 할 것도 없지만,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민족의 예지를 「시저」가 되새겨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일체의 학위 수여권은 대학에 속해야 한다는 학위정상화가 이룩돼야 한다는 것. 「시저」 것은 「시저」에게, 그러나 대학의 것은 대학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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